일본은 내게 있어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지만, 중등교육과정에 있어서 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은 사회과가 매우 약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역사와 지리를 위주로 교육을 하고 우리로 치면 일반사회는 '공민'이라 하는데 난이도가 너무 낮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시민교육'에 충실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과목'은 수학, 과학, 국어, 영어이고 사회과는 그냥 보충적 과목 내지 국민 공통 기초 과목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어려워져서 학생들을 괴롭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볼 때, 우리나라도 지금 수능에서 사회과를 통합사회로 일원화한다 하는데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는 점이다.
역사나 지리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구조와 제도 등을 일반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분야는 아니다.
말하자면 중등교과로서의 역사와 지리는 시간적 흐름에 따른 현상이나 지표 공간상의 현상 등을 있는 그대로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일반사회에 속하는 사회문화, 정치, 경제, 법 등은 좀 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에서 사회의 작동 원리 등을 다룬다.
이것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그 안에서 능동적인 시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그 공민이라는 개념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사 이분을 전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국가(공)-가족 등(사)이라는 이분으로 나뉘는 것은 굉장히 구시대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그 중간 지대에 시민사회라는 영역이 있고, 개인과 국가를 연결하면서 개인이 단지 사인 내지는 공민이 아닌 능동적으로 정치, 사회 등을 형성해 나가는 시민이 될 수 있게 한다.
일본의 공민과에는 윤리, 정치-경제가 있고 그 하위에 공공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애초에 사회문화를 독자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도 일본이 다소 보수적이고 구시대적인 접근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나는 본다. (물론 이건 서구라고 다르지 않긴 하다. 중등교육 수준에서 사회학을 독자적으로 가르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영국 + a 정도인 듯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전히 사회과학이 아닌 윤리를 넣는다거나 서로 다른 분야인 정치와 경제를 그냥 합쳐서 한 과목 안에서 파트를 나누어 배우라는 것도 타당치 않다. (윤리는 매우 중요한 과목이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올바른 것을 배움'에서 '무엇이 올바른지를 생각하게 함'으로 나아가는데, 일본에서도 윤리가 내용상 철학이기는 하더라도 이런 식의 편제는 문제가 있다.)
아예 과학과에서 물리기초, 화학기초, 생물기초, 지학기초를 따로 두는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인 박대이다.
우리나라건 일본이건 일반사회과는 좀 더 체계화되어야 한다.
다른 사회과 하위 교과들에 비해 실천, 응용 지향성이 훨씬 더 강한 분야이고 시민성을 기르기에 제일 좋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과학과 시민교육의 구분이 대단히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차제에 이것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즉, 일반사회를 지식으로서 좀 더 심화해서 배우고 싶은 학생과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 과목으로 들어야 할 다수 학생을 분리해야 한다)
실은 2022 개정에서 이것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고 볼 수도 있기는 한데, 사회와 문화 교과만 일반 교과로 남기고 정치, 국제관계의 이해, 경제, 법과 사회는 전부 진로 교과로 넘겼다.
사회학이 사회과학 자체에 대한 입문적 이해와 방법론을 다루기는 하지만, 또한 앞서 설명했듯 정치학, 경제학 등과는 독자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
또 학생부 등의 차원에서 보면 과목을 운용하기에 따라 사회학과나 인류학과만이 아니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나 사회복지학과, 행정학과 등과도 연계될 여지가 있어 진로와 직결되지 않는 과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2022 개정에서의 일반-진로 분리는 억지스럽다.
게다가 결국 그 일반 과목에 남긴 현대사회와 윤리, 세계사, 세계시민과 지리, 사회와 문화가 수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이라고는 하던데, 글쎄.. 통합사회는 통합과학에 비하면 시험용 내지 지식적 차원에서 볼 때에는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인문사회 분야는 항상 지나친 이상론과 감성이 현실과 부정합 되어 나락으로 간 면이 있다.
장차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