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자민당 의원(전 총리)이 일전에 한국 대통령들이 임기가 끝나면 불행한 최후로 이어졌다며 그래서야 한일관계가 어떻게 안정적일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이 망언으로 비판ㆍ비난을 받았는데, 맥락이나 구체적인 측면을 따져볼 때 부적절한 면이 있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고 본다.
우선 이 발언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이유는, 한일관계가 부침을 겪는 것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주요 현안 특히 역사문제에 대한 대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우리는 5년 단임제이므로 정권이 교체되어도 최소 5년은 한일관계에 큰 변동이 없다.
되려 일본은 아베ㆍ고이즈미 내각 정도를 제외하고는 비록 대개 자민당이기는 했으나 계속 2-3년에 한 번씩 정권이 교체되거나 심지어는 1년도 못 간 내각들도 있었다.
또 전직 대통령의 사법 문제는 한일관계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요컨대 아소 의원의 취지는 '한국정치의 불안정성이 한일관계도 불안정하게 한다'라는 것인데, 그것을 부적절하게 표현한 것은 맞다.
그리고 실로 본래 역동적이었던 한국정치는 이제는 아예 질적으로 하락하고 불확실성ㆍ불안정성이 더 커지고 있다.
점진적 체제 변용과 전통ㆍ근현대의 조화를 택했던 영국과 혁명적 체제 전복과 국가 건설의 길을 고민하던 프랑스가 각각 일본과 한국에 비유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정치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최근의 우리 정치만큼은 아닌 것 같다.
일본정치는 1994년 소선거구제 개혁 이후에도 결국 자민당이 제도권에서 우위를 점하는 현상을 상당히 유지했으나 민주당이 3년 간 집권하는 등 실질적 도전을 받았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기 집권기에도 자민당의 실질 득표율은 이전에 비할 바가 못 되었고 '아름다운 일본'과 아베노믹스 등 강력한 아베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보수 유권자 결집과 공명당의 지원을 덧대야 했다.
아베 내각 이후 자민당이 온건화되면서 이는 다시 희석되어 작년 총선의 의석수 결과만 놓고 보면 입헌민주당은 2000년대 초 민주당의 야당 전성기 시절의 세를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이 추세인지는 올해 7월 참의원선 등을 계속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일본정치는 한국정치보다는 중도화ㆍ안정화되어 있다.
유권자들은 이에 답답함을 느끼고 이시바 총리를 퇴진시키고 다카이치 사나에를 총재로 올리도록 유도할지 모를 일이겠으나 일단 현재는 그렇다.
그리고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분명 여러 한계가 있었다. (개헌 실패, 아베노믹스의 효력 부진)
이는 자민당 내 보수본류 파벌ㆍ공명당ㆍ리버럴-혁신 야권ㆍ개헌보다는 경제 때문에 아베를 택한 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요는 아베 내각 때에도 더디긴 했지만 견제 장치는 없지 않았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계엄이라는 초유의 헌정사적 위기 속에서 국민이 나라를 구했지만, 결국 탄핵심판까지는 사리분별을 못 하고 또다시 격렬하게 이념갈등을 벌인 데다 대선 국면인 지금은 한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게 생겼다.
더구나 이번 대선이 국민의힘의 계엄 사태에 대한 연대책임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당이 100석에 달하는 의석을 지녔다 해도 향후 얼마간은 자중지란에 민의를 담기는 힘든 식물정당이 될 것이다.
우리 정치가 어찌어찌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압도적으로 당선시킬 가능성이 상당하나 그는 결코 나라를 안정화할 지도자는 못 된다.
그의 화양연화가 얼마나 오래가건 이제까지의 껍데기만 남은 역사적 정체성ㆍ진영 대결을 청산하고 안정적ㆍ생산적ㆍ지속가능한 정치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ㆍ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