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AI를 가지고 노는데.. 이제까지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인간 중 나와 가장 성격ㆍ기질이 일치하는 인물로 바츨라프 하벨 Václav Havel 전 체코 대통령을 꼽았다. 그전에는 이름은 알았지만 잘 모르는 인물이었다. 대학 때 사회학 교수님이 그를 강의(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이었나 정치사회학이었나 그랬다)에서 언급하셨던 것은 기억한다.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그의 수필집인 <힘 없는 자들의 힘 Moc bezmocných>의 영문본을 읽는데 아직 앞부분이지만 흥미롭다. 동유럽 공산독재의 특질과 현실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소시민 등을 묘사했다. 극작가로서 문학적 감수성도 풍부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재미있게도 AI가 추천한 2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짧은 대화도 못 했지만 작년 생신 때 평산책방에서 만나본 적이 있었다. 찾아간 그 날이 생신이었는데 몰랐고 놀랐다. 뭐랄까..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거지만, 같은 유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실, 가치관이라던가 태도, 법학으로 가겠다는 생각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기도 했고..
하지만 최근엔 후세대로서 독립적ㆍ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노무현ㆍ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려고도 한다. 독자적 생각을 가지고 성찰하는 역량 자체가 시민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깨어 있는 시민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깨어 있을 뿐이고, 그것도 다른 사람에 비해 깨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비해'에 가깝다. 성찰과 학습은 인생이 계속되는 한 계속된다. 메타인지나 기독교에서 원죄 있는 인간이 성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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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보수주의로 귀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서구권에선 모든 자유주의 분파가 보수주의와 일차적으로 분리된다.
최근 민주당 주류의 제일 가증스러운 측면은 그토록 격렬하게 보수 진영을 공격하면서, 정작 보스 추앙(독재로의 미끄러운 경사로를 반사적으로 용인)ㆍ집단주의ㆍ성장지상주의ㆍ(중하층 이하에게는 무의미한) 형식적 '자유'ㆍ반공주의로 대표되는 이견자들에 대한 낙인찍기와 린치 및 탄압ㆍ퇴행적인 인권관 등 악습 중 상당수를 '실용'을 내세우면서 정당화했다는 점이다. 무슨 결과를 보기도 전에 건건이 이재명을 칭송하는 것도 모자라 이재명 연임이니 하는 그전에도 나온 적 없던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소름이 끼친다. 이재명 본인에게도 최소 미필적 고의가 있다.
좀 다르게 생각해보자. 유승민이 아니라 정규재가 이재명을 인정한 것이다. 정상적인 척하지만 전형적인 이 나라의 제정신이 아니고 상호모순인 주장을 하는 자들이다. 정규재에게 옹호 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애초에 그자가 보수 진영을 대표하기는 하는가?
개발독재-관치(-집단주의(공화니 하는 말을 갖다 붙이던데))와 (진정한 의미의 최소한의 건전성을 갖춘) 시장경제는 양립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 우파는 둘을 같이 주장한다. 시장경제를 주장하는데 '실제' 시장을 놓고 보면 결국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이다. 기업은 특수한 조직이지 단순히 생산자로 동치해 볼 수는 없다. 예컨대 카페 사장과 대기업 회장을 똑같이 볼 순 없는 것이니. 구조화된 시장 지배력은 무너지면 국민경제를 초토화한다. 시장 원리로 청산이 안 된다.
게다가 이자들은 권위주의ㆍ집단주의ㆍ영웅주의를 바탕으로 장기독재하는 것을 좋다고 칭송한다. 우파가 경멸스러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가증스러운 지점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나 그를 지지한 마거릿 대처와 같이 인간존엄성이라는 것이 없는 자유주의를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런 건 절대로 자유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모순의 정점은 '자유'를 말하며 그 가치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폭력을 내놓은 윤석열의 계엄선포 순간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는 명확히 구분된다. 그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은 고전적 자유주의의 최소요건도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