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맑은 하늘이었다.
그는 남은 휴가를 그곳에서 보냈다.
태양속에 느긋한 일상을 보냈다.
긴 휴식을 취했고, 도시의 구석구석을 그녀와 돌아 다녔다.
제냐는 느긋하고 푸근하였으며 삶의 기쁨을 품고있었다.
“저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에요. 아직까지의 제 인생은요.
철학을 전공했고 불가리아에 유학을 왔으며, 졸업 후 그냥 여기에 머물기로 하고 식당을 개업했죠.”
“요리를 좋아하는군요?”
“먹는 것은 좋아하죠. 요리는 그저그래요.
그래서 메뉴도 딱 다섯가지 밖에 없어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죠.”
“그러다 망하면 어떡합니까?”
“단골 손님이 몇분 계세요. 대부분 은퇴하신분이세요.
오시면 늘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휴가의 마지막 날, 그들은 같이 밤을 보냈다.
그녀의 방에는 작은 액자가 벽에 붙어 있었다.
이곳에 온 첫날의 모습이라고 하였다.
화려하고 복잡한 로코코 양식 위에 걸터앉아 무진장하게 넓고 잘 정돈된 정원을 배경으로 그녀는 무척 밝게 웃고 있었다.
“가장 행복한 날이었죠.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은 날이었죠.”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자신 있게 그날을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자기 생각을 항상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마치 말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리고 주제는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직관적이고 결론적이며 관대하며 대범하였다.
그리고 늘 사랑과 용서를 갈구하였다.
그들은 나란히 천장을 바라보며, 이별의 고통을 감지한 듯, 마지막 밤이 새도록 소곤거렸다.
“저는 꿈을 사랑해요. 그래서 잠을 많이 자는 편이고요.
아니 자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제냐는 졸음이 한웅큼 달린 푸석한 얼굴에 눈을 반쯤 뜬 채, 배시시 웃으며, 라후라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날숨은 달짝지근했다.
그는 쏜살같이 흘러가는 그들만의 시간이 괴로운 듯, 불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디지털 시계가 이미 새벽 5시를 알렸다.
“왜인지 아세요? 꿈속에서는 해방이 되거든요. 완전한 주체가 되는 거죠.
내가 현실에서 받았던 다양한 강요에서 풀려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하자고 한 약속이 일종의 강요라는 건가요?” 그의 마음에 없는 볼멘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나타난 게 고마울 정도로 그는 그녀에게 푹 빠져있었다.
“뭐, 사랑도 일종의 강요의 한 형태니까.
결혼 서약은 그 결정체죠.
죽을 때까지 당신만을 사랑하라고! 알았지! 재론 오방카스!” 그녀는 픽 웃으며 두 팔을 뻗어 그의 귀를 쭉 잡아당겼다.
“그래서? 제냐 아프로디칸스키씨! 나와 결혼하려고?” 그가 온종일 마음에 가득 담아둔 말이었다.
누가 톡 튕기면 폭하고 터질 듯이 부풀어있었다.
“어휴! 말을 말아야지.” 그녀는 재미난 듯 그를 쳐다본다.
“내가 어제 그랬잖아요.
나는 어쩌면 시작도 끝도 없고 입구도 출구도 불분명하며 안이 밖이고 위가 아래인 클라인 병 같다고.”
“그래서? 그게 우리의 결혼과 뭔 상관이에요?” 라후라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바보같이. 거꾸로 가는 인간과 함께하려고?” 제냐는 이제 장난끼 섞인 표정으로 라후라의 볼을 살짝 잡아 당겼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배우자에게 충실하겠다는 결혼 서약은 결국 세상을 위한 것일 뿐, 저와는 무관하다는 뜻이죠...
인간이 구축한 세상의 시스템에 부정적인 사람과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 불행한 인간이 되겠다는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그 순간, 행복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