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nters - Only Yesterday

by 남킹

내 앞에는 그림자 하나 없이, 물체 하나하나, 모서리 하나하나, 모든 곡선이 눈이 아플 정도로 뚜렷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들은 광채 없는 빛을 발하고, 그녀는 잿빛으로 변했다.


햇빛이 내 발을 뜨겁게 비춘다. 모처럼 더운 날씨다. 바람은 진작 멈추었다. 나의, 헬리오 트롬 같은 연한 보랏빛 비로드 양복 윗도리에서 쉰내가 올라온다.


운구하는 인부들이, 장지까지 따라온 사람들을 헤집고 그늘을 찾아 흩어진다. 관이 내 발아래 놓였다. 거울이 누렇게 변색한 옷장으로 만든 관. 번쩍거리는 품이 필통을 연상케 한다.


알리나(Alina)는 눈 위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채 누워 있다. 관자놀이에 멍 자국이 선명하다. 입가에는 거품 자국도 보인다. 그녀는, 기름을 반지르르하게 바른, 에나멜 구두를 신었고 야들한 블라우스를 입었다. 밀짚모자로 검게 변색한 가슴 핏자국을 가렸다. 잘린 허리는 장의사가 몹시 거칠게 이어 붙였다. 그리고 너덜너덜한 다리는 낡은 숄로 가렸다.


어린 소녀가 작고 동그란 화관을 그녀의 머리에 씌우려다가 황급히 뒤로 물러나 울음을 터트렸다.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런 말을 해본댔자 무의미하지만….


깊은 곳에서 전율처럼 그리움이 감싼다.


삶은 고통이다. 죽으면 고통도 사라진다. 그나마 그게 위안이다. 나는 애써 감정을 숨긴 채, 무심한 듯, 관을 빙 둘러싼 사람들을 훑어본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사실에 편안함을 느낀다.


장례식은 무척 짧게 끝났다. 연도 없이 각자 가져온 야생화를 관에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거동이 어색해 보이는 노인들이 하나둘 먼저 자리를 뜬다. 구름처럼 드리운 무더운 대기 속으로, 무심한 젊은이들이 그 뒤를 따른다.


죽음이 이제 늘 가까이에 머문다.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지극히 가벼운 삶으로 바꾸어 버린다.


살고자 하는 욕망.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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