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 못다핀 꽃한송이

음악, 상념

by 남킹

https://youtu.be/mvM1fIzdkeg

그녀의 손을 잡고 방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교도관처럼 그녀의 삶을, 놓인 물건으로 해석하고 일별한다.

값싼 새앙 가루 팩이 놓여있다. 헝겊 인형이 보였다. 그리고 길비스 드라이 진과 버무스, 봄베이 사파이어, 소비뇽 블랑 빈 병이 장식품처럼 올려져 있다.


여자는 자기 방 문간에 서 있다.


발을 녹색 발판에 문질러 구두에 묻은 흙을 털었다. 나는 나의 데크 슈즈를 가지런히 놓았다.


외투 자락을 벗어, 작고 뭉툭한 소파로 던졌다. 내 무게의 대부분이 쑥 빠져나가는 듯하였다.


아기는 잠이 들었고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벽지는 모서리마다 부풀어있다. 벨벳 커튼이 암울하게 걸려 있다. 끈적거리는 욕망이 사방에서 삐져나온다.


노란 조명 아래, 방의 모든 것이 죄스럽다는 듯이 속삭인다.


유리에 비친 나의 모습은 일그러져있다. 인간이 구축한 시스템에는 늘 부정적인 모습이다. 얼굴은 닳고 더러워지고 주름이 잡혀, 여행 중에 끼고 있던 장갑처럼 늘어나 버렸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준비해온 휴대용 리스테린으로 입을 헹궜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입 냄새가 심한 편이었다.


어느새 테이블에는 값싼 와인병과 잔이 놓였다. 소파 끝에는 이불도 보였다. 여자는 TV를 틀고 모든 조명을 껐다. TV에는 노르딕트랙 러닝머신 광고가 펼쳐졌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오래된 연인처럼 살포시 안았다.

부드러운 캐시미어 스웨터가 따스함을 전해주었다. 나는 스웨트셔츠를 힘들게 벗었다. 땀내가 물씬 풍겼다.

상처와 털을 민 자국, 약간 출렁이는 허벅지가 유혹한다. 유리잔 속의 얼음이 빛을 낸다. 음울하지만 욕정이 배어있다. 담배 연기가 미세한 안개처럼 떠오른다.


싸구려 화장품 냄새와 곰팡내, 땀내가 절묘하게 섞였다. 꺼림칙하기도 하고 속으로는 주저함도 있었지만 결국 쾌락의 기억은 무엇이든 강요하고야 만다.


개나리와 냉이 그림이 그려진 퀼팅 이불을 들썩거리자 쉰내가 푹 올라왔다. 할퀴고 짓밟고 싶은 충동이 솟았다. 하지만 꾹 참았다. 달팽이가 내뱉은 끈끈물 같은 게 여자의 음부에서 흘러내렸다.


천진난만하게 때론 휘황찬란하게 몸속의 모든 세포는 쾌락에 물든다. 덧베개가 이상한 모습으로 짓눌러지기 시작한다.


여자는 심하게 머리를 뒤로 젖힌다. 분수의 물줄기 위에 춤추는 아지랑이처럼 쾌락의 감탄이 삐져나온다.


나는 한다. 고로 존재한다. 고르지 못한 숨을 내쉬었다


매 순간 천 곱의 희열이 죽은 삶을 대신한다. 운위할 수 없는 쾌락의 맛. 신의 선물. 여자는 숨이 턱 끝에 닿은 척, 헉헉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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