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던 리암 니슨이 돌아왔다.
히틀러의 광기가 유럽을 지옥으로 몰아가던 그 시절, 지구 반대편 할리우드는 어떤가? 그저 평화롭고 화려하기만 보인다.
이제 관객은, 늙고 외골수에다 전쟁의 상흔까지 짊어진 <탐정 말로>의 눈과 귀가 되어, 그가 의뢰받은 기묘한 실종 사건을 따라간다. 하지만 퍼즐의 많은 조각을 이어가며 말로가 맞닥뜨리는 인간들은, 대부분 상류 사회에 속하지만,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색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천민들 뿐이었다.
내 생각에, 어쩌면 할리우드는 <썩은 양파>인지도 모르겠다. 탐정 말로가 고집스럽게 한풀 한풀 벗겨내며 다가서는 중심에는, 썩은 향기에 몰려든 수많은 날파리들의 아비규환이 있다.
<이 나라는 태초부터 술에 취해있었으니까> 그래서 <어떨 때는 정의라는 게 없어, 그게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묘사한 것은, 화려함과 풍요 속에 내 던져진 <쓰레기통을 뒤지는 쥐 떼>였다.
<크리스토퍼 말로>의 말대로 <이곳은 지옥이고 나 또한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읊조리는 대사에서, 나는 이 영화가 품은 인간 세상을 얼핏 눈치챌 수 있었다.
리암 니슨의 100번째 작품인 <탐정 말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리암 니슨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지적이면서 세련된, 하지만 슬픔과 고통을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그의 출세작인 <쉰들러 리스트>를 재현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가히 그를 위한 작품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나는 영화의 엔딩 자막을 지켜보며 LA보다는, 솜브레로와 세라페, 노새의 나라 멕시코에서 모히토 한잔하고 싶다는 기분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