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과 난킹 그리고 남킹

by 남킹

안녕하세요. 소설가, 수필가, 시인, 영화 평론가, 몽상가 남킹입니다.

오늘도 제가 뱉어낸 정돈되지 않은 활자의 나열을 극단적으로 좋아해 주시는 극소수의 마니아분들께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한국의 스티븐 킹을 꿈꾸는 남킹입니다.


물론 본명 (남원정)은 아닙니다. 남킹이라고 필명을 지은 연유는 무엇보다 스티븐 킹을 좋아하기 때문 – 속 마음은, 어마무시하게 성공한 스티븐 킹님이 심하게 부러워서 –입니다.


저는 폴란드 국경 근처에 있는 우크라이나 도시 <리비우>를 사흘 정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이었고 팬데믹도 시작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도시는 낡았지만 평화로웠습니다. 우크라이나 하면, 우스갯소리로 <콩밭 매는 김태희>가 유명하다 보니 실제로 시내를 돌아다니며 저는 유심히 사람들을 관찰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드물지 않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인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하곤 했습니다. 그런 나라가 지금 전쟁을 겪고 있으니…. 여러모로 가슴이 쓰립니다.

제가 그곳을 돌아다니며 처음 느낀 점은, 마치 저의 성장기 시절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유럽 지도를 꺼내 놓고 보면, 독일 옆 폴란드, 폴란드 옆 우크라이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우리나라 2000년대의 모습이라면 폴란드는 8, 90년대, 우크라이나는 6, 70년대로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빨리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국경을 한 번씩 넘을 때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치 시절 다큐멘터리에서나 봄 직한 낡은 건물과 교회가 제법 많이 눈에 띄고 아스팔트가 아닌 돌을 깎아 만든 도로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폐차 직전의 차와 버스가 짙은 매연을 뿜으며 신기하게 달리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낯선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재래시장을 일부러 찾곤 합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므로, 당연히 서점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제가 리비우의 시장과 서점을 방문한 후 어떤 생각을 한 줄 아십니까? 사실 그때는 작가가 되기 전이었고 남킹이라는 필명을 생각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어딜 가던지 스티븐 킹 책을 팔고 있었습니다. 산 설고 물선, 낯선 이방인의 도시에 갔는데 그곳에 나의 소설이 팔리고 있다고 한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작가로서 그보다 더 좋은 기분, 영광이 있을까요? 그래서 스티븐 킹처럼 되고자 남킹이라고 지었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남킹을 사용하게 된 이유를 굳이 들자면 저에게는 코믹하지만,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 네, 저는 이것을 거창하게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스페인 알리칸테라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알리칸테라는 도시는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게 다가올 겁니다. 뭐, 저도 처음에 여기 올 때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었으니깐요. 하지만 여기는 유럽인들에게는 꽤 알려진 관광지입니다.

제가 여기서 2년 넘게 살아보니까, 왜 여기로 유럽인들이 몰려드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따뜻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정도인데, 사실 제주도 보다 더 따뜻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저는 이곳의 4계절을 이렇게 부릅니다. 봄, 여름, 봄, 봄. 즉, 한겨울에도 어떤 날은 반소매로 다닐 정도로 따스합니다. 그러니 더운 지방에서만 자라는 과일나무들 – 레몬, 오렌지, 밀감, 올리버, 야자수, 유칼립투스 - 들이 길거리나 공원에서 흔하게 보이는 곳입니다. 특히 올리버 나무와 야자수는 지겹도록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눈이 부시게 푸른 지중해가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여기 오시면 종종 목격하게 되실 겁니다. 다 큰 어른이 젖통을 드러내놓고 바닷가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모습을요. 누드 비치도 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적으로나 자연적으로나 좀 자유롭고 여유롭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가 좀 까칠한 편이긴 합니다.

아무튼 제가 사는 이 동네에는, 한국인은 거의 없지만 중국인은 꽤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중국 레스토랑이 제법 눈에 띕니다. 저는 돈이 별로 없어 – 여전히 무명 작가이므로 – 식당을 자주 애용하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방문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이 식당의 장점은 무엇보다 싸고 맛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꽤 손님이 많기도 합니다.

그 중국 레스토랑 이름이 난킹 (Nan King)입니다. 그래서 저는 운명적으로 남킹을 제 작가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혹시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매일 난킹을 방문할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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