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동아리 '비휴'의 빵봉사일지
‘비휴’ 라는 사내 봉사 동아리에 가입한 지도 4개월이 지났다. 어쩌면 귀찮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봉사활동에 자주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같은 봉사를 2번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고 뿌듯했던 봉사활동이 있다.
바로 수안사 제빵 봉사활동이다.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수안사는 자비애빵으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절이다.
20여년전부터 지역의 빵 공장 빵 가게에서 남은 빵을 가져와 불우한 이웃들에게 선사했던 묘담스님은 “
부처의 말씀 따라 자비와 사랑을 베푸는 실천으로 도를 행하고자 한다”며 지난 2020년 사찰에 오븐을 마련하고 직접 빵을 굽기 시작했다고한다.
수안사 자비애빵의 탄생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마치고, 제빵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하루는 비휴 동아리 단체톡방에 제빵봉사를 할 봉사단원을 모집한다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평소 제과제빵에 대해 관심이 많아 비번휴무날에 홀로 집에서 구움과자를 만드는 취미가 있었던 내게 아주 걸맞는 봉사활동이었다. 다른 봉사활동과 달리 참가비 만원이 있었지만, 이 또한 제빵에 필요하며 기부가 된다는 사실을 전해듣곤 친한 동기들과 함께 해당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비번 근무를 마쳐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수안사에 도착했다. 비번 근무로 인해 오리엔테이션에 조금은 늦었지만, 제빵 활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묘담스님께서 봉사단원들에게 수안사에 대한 설명 그리고 제빵 봉사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이 진행중이었고 조용히 절안으로 발을 디뎠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곧이어 위생모와 앞치마를 입고 제빵활동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총 2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반죽 소분과 한 팀은 팥소를 만들었는데, 나는 반죽 소분팀에 합류해 반죽을 같은 그램수로 나뉘어 공굴리는 작업을 했다. 식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반죽 그리고 팥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반죽이 있었다. 팥빵을 만들기 위한 반죽은 자칫하면 호떡처럼 퍼질 수가 있기 때문에 아기궁둥이처럼 조심해서 다뤄야했다.
반죽 속에 기포를 터트리면 푸쉭! 하고 소리가 나는데 그 과정이 마치 촉감놀이를 하는 것마냥 즐거웠다.
기포를 터트리는 과정은 반죽 내외부 온도를 균일하게 하고 글루텐 강화와 발효를 촉진하기위해 필수라고했다.
실상, 집에선 반죽이 필요하지 않은 구움과자만 만들어봤지 본격적인 제빵은 처음이라 꽤나 서툴렀다.
하지만, 스님분들의 가르침에 따라 천천히 따라해보니 처음치고는 잘한다는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반죽과 성형과정이 끝나면 발효기에서 몇십분간의 발효과정을 기다리게된다.
그사이에 수안사 스님께서 제공해주신 컵라면과 김치 그리고 우리가 따로 주문한 분식을 먹으면서 자기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 근무지에서 일하게 되다보면 다른 직렬의 사람을 모르기도 하고 특히 동기이지만, 다른 사업소라는 이유로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봉사활동의 가장 큰 취지는 사회를 위해 돕고자하는 마음이 우선이지만, 동기나 회사 선배들을 만나고 직무에 관한 도움도 받으면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가입하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봉사동아리에 대한 친밀감과 열정 또한 점점 커져간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2차 과정으로, 발효된 반죽에 정량으로 소분된 팥소를 넣고 적당한 모양으로 눌러준 다음, 식빵과 함께 굽는다. 다 구워진 빵에는 버터 바르는 과정을 거치는데 버터를 너무 많이 바르게 되면 식는데 오래 걸리기에 적당량 발라주는게 포인트이다.
성형이 잘되어 모양이 이쁘게 나온 빵들은 이웃들에게 줄 빵으로 포장되고, 호떡처럼 모양이 조금 엉성한 애들은 우리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갓 나온 빵을 먹어본 적이 드물었는데, 갓나온 식빵은 엄청나게 따끈하고 고소한 버터향이 감도는게 우유가 그리워질 정도였다.
다른 봉사활동에 비해 활동시간이 길어, 비번근무를 마친 내게는 조금 무리가 아니었을까하는 우려와 달리 색다른경험과 함께, 몰랐던 봉사단원들을 알게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수안사 빵봉사활동은 여름에만 2번을 다녀왔다. 특히, 2번째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새로 알게 된 동기언니가 있다. 본가를 떠나와 취업을 위해 상경하면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는데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동기언니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었다. 내가 추구하고 있었던 삶의 모습이 옳다고 확신했던 적도 있었지만, 다른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직 29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사회전선에 뛰어든지는 고작 몇년도 되지 않은, 알을 막 깨고 나온 병아리 같은 나이다. 앞으로 남아있을 모든 시간들을 타인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고 또 동기언니가 말했듯이, 여태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면서 다른 삶을 살아보게 되는 마음을 다지게 된 계기였다.
끝으로, 나와 타인과 우리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비휴 동아리 영원하라!
>팥빵 포장을 마친 뒤
>소분한 팥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