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돌이킬 수 없는 진실

by 정진일

[12장] 돌이킬 수 없는 진실


유나는 인터뷰가 방송된 후 며칠 동안 자신을 둘러싼 반응들을 신중히 살펴보았다. 일부는 여전히 그녀의 잘못을 비난하고 있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솔직함과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반응도 유나의 마음속에 깊은 위안을 주지 못했다. 대중의 반응에 대해 애써 태연한 척하려 했지만,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과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인터뷰 이후, 유나는 자신의 인생을 다시 정리하고 싶었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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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첫 번째 단계는 여전히 그녀의 가슴속 깊이 남아 있는 김수정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한, 그녀는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인터뷰에서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지만, 수정의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나에게는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그 짐을 내려놓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차례였다.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유나는 김수정의 부모님에게 연락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그들의 고통을 알면서도 그들을 찾아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그녀가 가해자였고, 딸을 잃게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유나는 몇 가지 경로를 통해 김수정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연락처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인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주소를 알아냈다. 그날 밤, 유나는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기 전, 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마음속에서 긴장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이 순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전화가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수줍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김수정의 어머니였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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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나라고 합니다. 김수정의... 과거 친구였어요. 만나 뵙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다. 유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전화를 끊을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몇 초 뒤,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우린 당신에게 할 말이 없어요. 더 이상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유나는 재빨리 말했다. “알아요. 하지만 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꼭 뵙고 싶어요. 제가 너무 늦게 연락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그동안 숨으려고만 했던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진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수정의 어머니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나서 뭐가 달라질까요?”


유나는 그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도 자신이 그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들이 느낀 고통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저는... 제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걸 인정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으신 분들께 사과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에요. 제 진심이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에 김수정의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마침내 대답했다. “알겠어요. 내일 저희 집으로 오세요. 당신의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드러나 보죠.”




유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마음속에서 큰 짐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이 더욱 커졌다. 수정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그녀가 마주해야 할 가장 큰 도전이었다.


그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이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유나는 김수정의 부모님 집을 향해 갔다. 그 집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을에 있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그녀는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집에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이 커져갔다. '내가 정말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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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김수정의 집 앞에 도착한 유나는 한참 동안 차 안에서 머뭇거렸다. 집 앞에 서 있는 것이 마치 거대한 산을 마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차에서 내려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김수정의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유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유나는 조용히 문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조용하고, 어딘가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거실에는 김수정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그녀의 미소 짓는 얼굴이 유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김수정의 어머니는 유나를 거실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그녀의 아버지 역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눈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유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을 마주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여러분께 큰 상처를 드렸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동안 저는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숨으려 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유나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유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무엇을 더 말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 순간 김수정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의 사과가 우리 딸을 되살릴 수 있나요?”

그 질문에 유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한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고, 그로 인해 그들이 잃은 것은 너무나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우리의 딸을 망가뜨렸어요. 그걸 알고 있나요?” 김수정의 아버지는 냉정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아시나요? 당신의 사과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죠?”


유나는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것밖에 말할 수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 어떤 말로도 여러분의 고통을 위로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뿐이에요. 그동안 그 사실을 외면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유나의 눈물 섞인 목소리에 김수정의 어머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받았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의 상처를 정말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찾아와 사과한다면, 그 진심을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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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조금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의 사과가 그들에게 완전한 위로를 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유나는 김수정의 부모님 집을 떠났다. 그녀는 그들에게 완전한 용서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더 이상 숨지 않고, 책임을 지기로 했다.


유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드디어 과거의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의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제 그녀는 진실을 마주하고 나아갈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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