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가 소셜 미디어를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인플루언서로서의 삶이 아닌,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
카페에서 일하며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그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유명인사로 보지 않았고, 그녀 역시 그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유나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깊은 죄책감과 후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김수정의 부모님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들이 말한 "용서"라는 단어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을 마주하면서도 여전히 용서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혔다.
카페에서 일하는 유나의 하루는 단순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커피를 내리고, 손님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었다.
화려했던 소셜 미디어 속의 유나와는 달리, 이제 그녀의 삶은 평범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그녀는 오히려 더 많은 위안을 얻었다. 하루하루가 조용하고 안정적이었다.
어느 날, 카페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유나는 문득 핸드폰을 꺼내 소셜 미디어 계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계정을 비활성화한 이후로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대중의 반응과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불현듯 밀려왔다.
한참 동안 고민하던 유나는 결국 자신의 계정을 다시 활성화했다. 핸드폰 화면이 잠시 멈추더니, 그녀의 계정이 다시 나타났다. 수많은 알림이 쏟아져 나왔다. 댓글과 메시지들, 그녀가 사라진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진 반응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사과와 고백을 담은 그 마지막 글은 수천 개의 댓글과 '좋아요'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유나 님, 응원합니다. 다시 돌아와 주세요."
"이제는 정말 끝인가요? 그래도 그동안 유나 님의 팬이었던 건 변함없어요."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이런 응원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여전히 그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믿지 않아요. 당신이 했던 일은 너무나 큰 상처였어요."
"단순히 이미지 관리를 위한 사과일 뿐이었어요. 사람들을 속이지 마세요."
유나는 이런 다양한 반응을 보며 자신이 여전히 사람들 속에서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과거는 대중에게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녀가 아무리 사과하고 진심을 보여주려 해도 완벽하게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정을 다시 살펴보다가 유나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TrueVoice. 그것은 그녀를 괴롭혀왔던 지훈이 운영했던 계정이었다. 유나는 그 계정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 계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유나는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지훈은 그녀와 결별했고,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가 @TrueVoice를 통해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계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 유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유나는 그 계정을 클릭했다. 하지만 @TrueVoice 계정에는 더 이상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모든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였고, 프로필 사진과 소개 글도 사라져 있었다. 계정은 마치 누군가가 갑자기 그만두고 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TrueVoice의 계정에는 그녀를 팔로우한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들의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소희의 이름도 있었다. 소희가 그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유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소희가 이 계정에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유나는 불안함을 느끼며 급히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유나야!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어? “
유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소희야, 나 방금 @TrueVoice 계정을 봤어. 그런데 네가 그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더라. 무슨 일이야? 그 계정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소희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당황한 듯 대답했다. "아, 그거? 몰랐어. 나도 옛날에 그냥 팔로우한 거였어. 그 계정이 어떤 계정인지 잘 몰랐거든. 너한테 그 일이 터지기 전에 내가 그 계정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 “
소희의 말은 어딘가 불안정하게 들렸다. 유나는 그녀의 말을 믿어야 할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정말 몰랐어? 그 계정이 나를 괴롭히던 계정이었는데, 네가 그걸 팔로우하고 있었다는 게 좀 이상해. “
소희는 곤란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야, 그건 정말 단순한 오해야. 내가 그 계정을 팔로우한 건 진짜 오래전이었고,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전혀 몰랐어. 진짜야. “
유나는 소희의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소희가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고, 그녀를 위해 애써주었다는 걸 알았지만, @TrueVoice와의 연관성은 계속해서 유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알았어. 하지만 만약에 뭔가 더 알게 되면 꼭 말해줘. 나 아직도 그 일이 신경 쓰여."
소희는 서둘러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네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해. 나도 혹시 더 알게 되는 게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 “
유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TrueVoice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계정에 소희가 연관되어 있다는 가능성은 그녀의 마음속에 깊은 의심을 심었다.
그 의심은 다시금 그녀가 사람들을 믿기 어렵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며칠 후, 유나는 카페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문득 소희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유나야, 나 사실 너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우리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문자는 유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소희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고, 이제는 그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 다가온 것 같았다. 유나는 답장을 보내 소희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소희와의 만남은 유나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소희는 평소처럼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어떤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둘은 조용한 카페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소희야, 네가 나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다고 했지? 이제 다 말해줘. 난 더 이상 의심하고 싶지 않아. “
소희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
"유나야... 사실 내가 그동안 너한테 숨기고 있던 게 있어. 그 @TrueVoice 계정, 그거 나도 알고 있었어. 처음엔 지훈이 그 계정을 만들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고, 그가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도 알았어. 그런데 내가 말하지 못한 이유는... 나도 그 계정에 조금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야. “
유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소희가 그 계정에 연관되어 있었다니. 그 말은 그녀의 모든 믿음을 산산조각 내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야, 소희야? 그 계정이 널 어떻게 연관시켰다는 거야?"
소희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지훈이 나한테 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때마다 내가 그걸 그냥 들어줬어. 그리고 그가 그 계정을 만들었을 때, 나도 한두 번 그 계정에 네 이야기를 올리는 걸 도와준 적이 있어. 그때는 그게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어. 그저 지훈이 너한테 약간의 충격을 주려고 한 것뿐이었어. “
유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다고 믿었던 친구가 자신을 배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소희를 바라보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그럼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왜 그때 말하지 않았어? “
소희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너를 잃고 싶지 않았어, 유나야. 정말 미안해. 그때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어. 하지만 이제는 너한테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
유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겨우 말을 꺼냈다. "소희야, 나도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지만, 이번 일은 너무 커. 내가 믿었던 사람들 중 너까지 나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
소희는 울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말 미안해, 유나야. 난 너를 돕고 싶었어. 이제 와서 이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미안해. “
유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녀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난 배신과 거짓은 그녀의 삶을 또 한 번 뒤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