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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Jun 11. 2019

방탄소년단 파리콘서트 가다.

함께한 마지막 축제


 긴 연휴가 있던 주말이었음에도 남편과 아이를 집에 남겨둔 채 혼자 집을 나섰다. 망원경과 카메라를 챙겨 넣은 작은 백을 앞으로 단단히 매고 숙박 용품이 든 배낭을 메고서. 그리고

 
 나는 지금,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간다!
 
 BTS 콘서트에 가다니. 이건 나의 지금껏 선택들 중에도 매우 신선하고 획기적인 사건에 속했다. 이십 대에 '크랜베리즈' 내한공연을 갔던 것이 마지막 대중음악 콘서트 경험이었던 내게, 그것도 아이돌의 월드투어를 가게 되다니. 더구나 이 기회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행운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건 남편이었다. 내가 방탄소년단을 밤마다 돌려볼 때는 그렇게 혀를 차더니 생일을 맞은 아내가 가장 갖고 싶은 선물이 '이것'이라 하니 웬일로 군말 없이 티켓을 사주었다. 사실 이미 표가 매진이 된 상태였으나 '합법적인 암표 사이트'인 외국의 티켓 사이트에는 아직 많은 표가 남아있었다. 3월 초 조금의 웃돈을 주고 페이팔로 결재하니 세상 편하게 구했던 티켓.
 이 표가 신뢰할 수 있는 건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 사이트를 얼마나 면밀하게 들락거렸는지 모른다. 사실 믿기지 않았던 이 '선물'은 콘서트장에 입장할 때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물론 혼자 가는 것이었다. 나는 '공식 아미'도 아니었고 함께 갈만한 주변 사람도 없었다. '홀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 그렇게 방탄이들이 서있는 곳의 공기를 오롯이 혼자 느낄 생각에 더 마음이 설레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다녀와서 깜짝 놀래 줄 심산이었다. 콘서트 이튿날 가족 톡방과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고백할 게 있다'며 소식을 알리니 하나같이 같은 반응. "대박!!!"

콘서트 시작 1시간 전. 소녀팬들이 보인다 


 그렇게 토요일 이른 점심상을 차려놓은 뒤 서둘러 기차역으로 향하였다. 콘서트 시작시간은 8시 오픈 시간은 4시 반. 입장 전 주변에서 파는 '굿즈' 몇 개라도 살 생각에 현금을 챙겨 기차역에서 바로 스타디움행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는 BTS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아미밤'을 들고 있는 소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주변은 이미 '아미들'로 넘쳐났다. 
모두는 한껏 들뜬 얼굴이었고 거리의 공기는 봄날의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타디움 주변의 거의 모든 상점들에서는 BTS 노래가 크게 흘러나왔다. 입장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내 좌석과 가까운 입장 게이트로 향하였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상태였다. 
 
 학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두 명의 프랑스 대학생들이 내 앞에 서있었다. 그들도 콘서트가 처음이라고 했다. 내 뒤에 서있던 아이는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히피 분위기의  프랑스 고등학생이었다. 나처럼 혼자 왔다고 했다. 어제도 콘서트에 갔었고 오늘 또 왔다고 했다. 그녀는 이미 목이 쉰 상태였다. 
 
 줄을 서있는 동안 스타디움 안에서 수십 명의 '비명소리'가 흘러나왔고 뒤이어 방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사운드 체크를 하러 나온 것이었다. 몇 개의 곡을 부르는 탄이들 목소리. 밖에서 줄을 서있던 모두는 '똑같은 비명'을 지르며 다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그래도 탄이 콘서트인데 '아미밤'은 없어도 '머리띠' 하나쯤은 착용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했건만 그러지는 못했다. 끝도 없이 늘어선 '굿즈' 줄에 서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시반. 게이트의 문이 열렸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여러 개의 입구에서 티켓의 바코드만을 찍은 채 입장했기에 그 많은 인원들이 초스피드로 입장할 수 있었다. 문이 열린 지 10분 만에 들어가다니. 입장한 후에 몸수색을 거치는 것이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빨랐다. 
 
 프랑스 아미들이 입구에서 '오늘의 문구'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보라색 종이에 곱게 새겨진 카드는 콘서트 후반 'Army Time' 때 다 함께 방탄을 향해 들고 있어야 한다는 친절한 안내문이 한글과 영어 불어로 동시에 새겨져 있었다. < 시작은 일곱 명의 멜로디 이제는 수백만의 하모니 >

토요일 콘서트 시간을 제외한 주말내내 파리는 비가 왔다 


 드디어 입장! 뻥뚤린 스타디움과 파란 하늘이 보였다. 파리는 어제까지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고 콘서트 내내 비가 왔었다. 아침만 해도 날씨예보는 강풍과 함께 저녁까지 비가 올 거라고 되어 있었고 실제로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해서 나를 포함한 콘서트 입장객 대부분이 방수옷이나 우비를 챙겨 왔다. 그런데 


 스타디움 주변 하늘이 파랗게 개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탄이들의 막공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랴. 예감이 좋았다. 이제 행복하게 축제의 마지막을 함께할 일만 남았다. 


 내 앞에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십대 소녀팬들이 친구들과 와있었다. BTS가 새겨진 티셔츠를 맞춰입은 아이들은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방탄 노래들을 큰 소리로 따라 불렀고 몇몇은 일어나 춤을 추며 온몸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 어린 중학생들까지 한국어 가사를 제법 또박또박 따라 한다는 것이 새삼 뿌듯했다. 옆에는 그리스에서 온 학생들 무리가 있었고 독일에서 혼자 왔다는 대학생도 있었다.  


 여기서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경험을 하나 하였는데 바로 '한국인'인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공통된 시선'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방탄이 하는 모든 말들을 다 알아들을 수 있으니 좋겠다'며  '매우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것이 그것이다. 내가 한국인임이 이토록 자랑스러운 적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다시 한번 방탄의 위대함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엄마나 아빠와 함께 온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팬들도 꽤 많이 보였다. 모두는 서로에게 열려있었고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저 '이곳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한가족이라도 된 듯 그곳에는 '깊은 관대함'이 흐르고 있었다.


 8시 정각. 드디어 번쩍번쩍 불빛들과 함께 폭죽이 터지고 무대장치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6만 명에 가까운 거대한 함성이 한 곳을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울려 퍼진 오프닝곡 '디오니소스'


 대형 스크린에 그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클로즈업돼 나오고 저들이 분명 저기 내 눈 앞에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나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자리가 무대와 꽤 가까운 곳이었음에도 바로 앞의 VIP석이 아닌 바에야 스타디움 특성상 탄이들과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탄이들이 중앙무대로 걸어 나오고서야 그나마 좀 더 명확한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저 멀리 그 아이들이 보인다. 꿈을 꾸는 것인가 


 망원경 속에서는 바로 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그들이 보였다. 스크린에 나오지 않는 모든 멤버들의 제스처들까지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져 보였다. 저 모습 그대로를 사진이나 필름으로 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각 무대들에 대한 소감은 이미 웸블리콘에서 자세하게 다뤘으니 넘어가려 한다. 실제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무대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들의 호흡을 놓치곤 했기에 최소한의 사진 몇 장과 영상 몇 개를 담는 것으로 나도 함께 춤도 추며 콘서트를 즐겼다.


 흐뭇했던 건 첫째 날 날지 못했던 정국이가 오늘 화창한 하늘 아래 여유롭게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머리 위로 날지는 않았지만 그 장면을 직접 본다는 것은 실로 '유포리아' 그 자체였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모든 공연들이 순식간의 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내게 남은 건, 망원경 너머로 보이던 그 아이들의 아련했던 미소와 눈빛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다음에는 반드시 저 VIP석에 서서 '아이 컨텍'하며 공연을 보리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가도록 하늘은 어두워지지 않고 있었다. 'Mic drop' 무대를 끝으로 앵콜을 기다리는 아미들. 스타디움이 울릴 정도의 '단체 발구르기 신공'을 펼치며 '프랑스 응원가'를 다같이 힘차게 불러대었고 파도타기가 시작되었다. 파도타기는 10번을 돌아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모두 다 함께 멤버들의 이름을 외쳤다.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 이 시간을 붙잡고 싶은 간절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앙팡맨' 멜로디.

  
 앵콜곡이 시작되자 급격히 해가 떨어졌고 어둠 속에 반짝이는 아미밤의 장관이 드디어 눈앞에 펼쳐졌다. 아미밤은 각 층별로 각기 다른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무지개를 닮은 은하수가 이런 것일까 싶을 만큼 그 광경은 실로 아름다웠다.
 반짝반짝 끝도 없이 빛나던 무지개의 물결. 그리고 언제나처럼 생기발랄한 미소로 '행복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일곱 명의 맑은 아이들. 저 장난꾸러기들은 그새 서로에게 물을 뿌려대며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저 해맑은 미소 앞에 무장해제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 바이러스 뿌려대는 Boy with Luv 무대 


 객석의 함성소리와 호응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탄이들은 더욱 신이나 보였고 더 많이 웃었다.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을 웸블리라는 무게까지 넘어선 오늘이 더 편안하였을 터. 투어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기에 더 여러 마음들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더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모든 곡들이 끝나고 마지막 '엔딩 멘트'를 하는 탄이들. 웸블리에서처럼 '깜짝 이벤트'는 없었지만 그들은 파리 관객의 뜨거움에 한껏 가슴 벅차 했고 모두가 "행복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감동받은 리더 남준이의 말 " 왜 파리가 항상 마지막인지 아세요?" 


 "여러분이 너무 캡짱이라 그래요!" 라며 동시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스타디움은 떠나갈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곳은 '내가 준 사랑을 확인받은 자의 행복함'으로 순식간에 더 뜨거워졌다. 그렇게 환희의 포텐이 터지고 이어서 온 힘을 다해 목이 터져라 부르짖던 지민이의 '끝나지 않던 외침'.  


 "여러분 사랑해요! 진짜 정말로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지민이는 마치 밤이 새도록 그 말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특히 그날 지민이의 엔딩 멘트는 좀 더 특별하였는데 그것은 BTS가 가진 진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더 그러하였다.


 "저는 이번 투어 하면서 진심으로 고맙고 행복했어서 여러분들도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제 옆에 멤버들이 있듯이 여러분들의 바로 옆에도 분명히 행복이라는 게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그 아이들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아름다운 자줏빛 보랏빛들이 무대를 채우고 있었고 이어서 BTS 상징로고가 어둠 속을 밝히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운으로 쉬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들.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녀팬들이 보인다.

작은시 무대가 끝나자 모두가 약속한 듯 정국 손동작 따라하기  


 정국이가 마지막에 휠체어를 타고 와준 팬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펜스를 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다. 얼마나 가슴이 벅찼으면 그런 '위험'까지 감내하며 몸이 먼저 다가갔을까. 팬의 소중함을 가슴으로 느끼는 이 아이들의 예쁘기만 한 진심. 

 

 사실 지금까지도 내가 그들의 콘서트를 보고 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그냥 매우 선명한 어떤 꿈을 꾸고 깨어난 것만 같다그 아이들의 아련했던 미소와 깊은 눈빛이 그저 큰 잔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도로는 콘서트장을 빠져나온 인파들로 점령되었고 근처의 도로는 마비가 되어있었다. 오죽하면 한 운전자가 나와 하소연을 했다. "제발 차들이 지나가게 좀 해주세요" 돌아가는 지하철은 공짜로 운행이 되었고 북적이던 사람들로 안전귀가를 하였다. 


 이튿날 맛있는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옆 테이블에 한 가족이 와있었고 BTS 노래가 흘러나오자 딸 세명이 모두 일어나 BTS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죄다 손에 '아미밤'을 들고 있었다. 그들도 나와 함께 저 자리에 있었구나 싶으니 엄마미소가 절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옆자리에도 한 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던 여자 아이가 역시나 BTS 티셔츠를 입고 아미밤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프랑스 전체, 아니 유럽 전체가 들썩였구나 싶으니 탄이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가족을 다 움직여서라도 콘서트에 가야겠다는 
'소녀들'을 움직일 수 있는 . 누가 할 수 있을까. BTS 말고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그 저녁을 아로새기며. 수고한 탄이들에게 나도 내 마음을 전해주고만 싶다. 언제나 고마운 그 아이들에게 나도.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뿍 담아. 


 "너는 내 삶에 다시 뜬 햇빛. 어린 시절 내 꿈들의 재림. 모르겠어 이 감정이 뭔지. 혹시 여기가 꿈 속인 건지. 저기 멀리서 바다가 들려. 꿈을 건너서 수풀 너머로. 선명해지는 그곳으로 가. Take my hands now. You are the cause of my euphoria"





* 그날의 감동적인 영상 대방출!

https://brunch.co.kr/@namoosanchek/23


https://brunch.co.kr/@namoosanchek/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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