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 씨는 혼자 자는 것만큼 같이 자는 것도 좋아한다. 고양이는 새끼 때 체온유지를 위해 붙어지낸다고 하는데 그때의 습성이 남은 탓일까. 겨울철이라 유독 더 그런 것 같다.
보통 새벽이나 낮잠을 자고 있을 때 다가온다. 낮고 작은 목소리로 ‘애옹’ 하고 두세 번 운다. 그러곤 이불 위로 조심스레 지나온다. 발걸음은 신중하지만 몸을 밟기도 한다. 이불 입구에서 또 운다. 그때 내가 깨어 있다면 이불을 들추어준다. 자고 있다면 앞발로 슥슥 긁거나 머리로 파고들어 입구를 만든다. 입구를 지나 팔과 옆구리 사이에서 자리를 잡는다. 제 몸이 들어갈 공간이 아니어도 우선 그 위에 앉는다. 앉아서 볼일을 보고 모래를 덮듯이 슥슥 긁는다.
거처를 정리하는 일일까. 거처를 표시하는 일일까(찜꽁...?). 둘 중 무엇이 됐든 슥슥 긁는 일의 효용은 인간의 머리로는 잘 모르겠다. 무엇이 됐든 슥슥 긁는 일은 대충대충스럽고 무심해 보인다. 그렇지만 도담 씨의 세계에선 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중대한 일일 수도 있다. 내가 빌려준다고 하지 않아도 들어오지만...
아무렴 도장 찍고 나서는 편한 자세를 취한다. 보통은 내 팔에 턱을 괴고 앞발을 쭉 뻗은 채 눕는다. 그 외에는 배가 보이도록 옆으로 누워 내게 머리를 기댄다. 고양이랑 같이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같이 자는 일일 테다. 엉덩이를 몇 번 톡톡 두드려주고 머리부터 등까지 쓰다듬어주면 덤으로 골골송을 불러주기도 한다. 털이 숭숭 나 보드랍고도 작은 생명체가 내게 기대어 잠을 청하다니.
지저스 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