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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토리 Oct 19. 2015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할 수 없다.

중국 영화 《后会无期(후회무기)》


대체 이 영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느린 호흡의 영화임에도, 보는 내내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영화.

명대사가 5분마다 한 번씩 나오는 바람에 그때마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그 대사를 음미하곤 했던 영화.

후회무기의 감독이자 유명한 소설가인 '한한(韩寒)', 그의 소설을 읽고 싶게 만든 영화.

영화가 남긴 여운이 참으로 진해서, 밤 늦게까지 잠들 수 없게 만든 영화.


우리가 이런 식으로 작별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누군가와 헤어지는 순간에는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한 마디라도 더 하고,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고... 
그 순간이, 마지막일 수 있으니... 

(真没想到我们在这样一个地方告别,但是跟人告别的时候,还是要用力一点,因为你多说一句,说不定就是最后一句。多看一眼,弄不好就是最后一眼。 )



영화 제목인 후회무기(后会无期)는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 영화의 주제를 어떤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도 참 많다.

그래도  그중 가장 힘을 실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영화의 제목,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할 수 없다"일 테다.



중국 영토의 가장 동쪽에 자리한 작은 섬마을에 사는 세 친구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났고 이 세 사람이 마지막으로 섬을 떠난다. 섬의 유일한 교사였던 쟝선생(진백림)은 중국 서쪽 지방으로 발령받아 떠나게 됐고, 하오한(풍소봉)과 후셩은 대륙 횡단하는 셈 치고 쟝선생을 서쪽 내륙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다. 가는 길에 옆집에 살던 누나 저우머우(진교은)도 찾아가고, 하오한과 십몇 년간 펜팔을  주고받았던 류잉잉(원천)도 찾아가 보기로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떠난 길에, 저우머우 누나도 만났고, 류잉잉도 만났으며, 예상치 못 한 만남 후 쟝선생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수미(왕락단)도 만났다. 또 강렬하게 등장하고 강렬하게 퇴장하는 아뤼(종한량)도 만나게 된다. 이들이 남기는 한마디 한마디가 참 인상 깊다.



사는 게 힘들면 다시 한번 와. 물론 잘 풀리면야 날 찾아올 일 없겠지만. 
(要是以后你们还混得不好,可以来找我。混得好你们就不会来找我了。)


좋아하는 마음은 마음껏 드러내기 마련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자꾸만 억누르게 되지요.
(喜欢就会放肆,但爱就是克制。)


기회가 되면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기회가 올 것 같진 않네요.
(有机会,我把我的故事都讲给你听。
可惜没有这个机会了。)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겠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날 인정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有时候你想证明给一万个人看,
到后来你发现只得到了一个明白的人,那就够了。)

어떤 이들은 평생을 저 구석에 웅크리고만 있지. 
창문 밖을 내다보는 것조차 하지 않아.
 문 밖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有些人一辈子都缩在一个角落里,连窗外都懒得看,更别说踏出门。)


니들은 연예인이나 우러러 보겠지만 
내가 우러러 보는 건 바로 저 위성이다.
(你们的偶像都是明星,而我的偶像是一颗卫星。)    


바깥 세상에 발 한걸음 내디뎌 보지 않은 녀석이, 무슨 세계관을 논해.
(你连世界都没观过, 哪来的世界观。)




영화 속에 나오는 인생에 관한 메시지들. 조금 어렵긴 해도, 우리는 모두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해석은 관객 몫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재밌는 또 다른 이유는 풍자와 해학이다.

내내 진지하다가  한 번씩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 코드가 얼마나 재밌던지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큭큭 웃고 있었다.



후회무기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약 없는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다.

국내에 개봉하는 중국 영화가 드물긴 하지만,  이런 영화라면 관객의 공감과 박수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았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수많은 명대사를 탄생시킨 후회무기.

인생을 논하는 그 명대사들을 두고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감독은 깔끔하게 이렇게 정리한다.


闭嘴!
(그냥 닥치시오)


물론 영화에 나온 대사이다. 

인생에 관한 명언이나 남들이 하는 충고는 다 필요 없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기가 느끼는 게 정답이라는, 그런 의도의 대사라고 한다.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관객의 해석 역시 천차만별이겠지만, 결국은 보고 느낀 자기 만의 해석이 맞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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