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_보케

by Namuro


보케는 초점에서 벗어난 빛입니다.
의도적으로 놓쳐버린 선명함, 혹은 일부러 남겨둔 여백에 가깝습니다.
카메라는 분명 어딘가를 보고 있었지만,
그 대상보다 주변의 빛과 공기를 먼저 기록해버립니다.

밤의 도시는 늘 그렇게 시작됩니다.
신호등, 자동차의 후미등, 멀리서 번지는 간판의 불빛들.
각각은 분명한 역할과 위치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시선 속에서는 하나의 덩어리로 섞여 흐릿해집니다.
정확한 형태보다 먼저 감정이 도착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며
모든 장면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어떤 대화가 정확히 어떤 말로 끝났는지,
누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금세 흐려지지만
그날의 공기, 거리의 소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웠던 이유 같은 것들은
오히려 더 오래 남습니다.

보케는 그런 기억과 닮아 있습니다.
중요했던 순간일수록
정확한 장면이 아니라
빛의 잔상처럼 흐릿하게 남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드럽게 마음을 감쌉니다.
선명함이 줄어들수록
감정은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사진을 찍으며 가끔은
'왜 굳이 초점을 벗어났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깨닫습니다.
모든 것을 정확히 보여주지 않아도,
보여주지 않았기에 오히려 전달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요.
보케는 실패가 아니라 선택이고,
부족함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기록입니다.

오늘의 거리 역시
완벽히 설명할 수 없는 하루로 남습니다.
흐릿한 빛들 사이에서
각자의 하루가 조용히 스쳐 지나가고,
그 중 일부만이 마음속에 남아
언젠가 다시 떠오를 기억이 됩니다.

아마도 우리는
선명한 삶보다
이렇게 흐릿한 순간들 덕분에
조금 더 오래 버티고,
조금 더 따뜻하게 오늘을 건너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의 도시는
초점 밖에 머문 채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그 흐릿함 속에서
하루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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