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_색을 덜어내는 이유

by Nam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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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저는 무엇을 더 담을지보다

무엇을 남기지 않을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거리는 늘 많은 정보로 가득합니다.

간판의 색, 옷의 톤, 빛의 온도, 그날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한 장의 사진 안으로 한꺼번에 들어오려 합니다.


그래서 흑백을 선택합니다.

색을 없앤다는 것은 장면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제가 바라보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표정의 미묘한 변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그리고 장면이 가진 구조와 흐름.

색이 사라지면, 사진은 먼저 말을 걸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을 강조하기보다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존재감을 남기고 싶습니다.

강한 색이나 자극적인 요소로 시선을 붙잡기보다는,

천천히 바라볼수록 드러나는 감정이 사진 안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흑백은 그런 기다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이라고 느낍니다.


이 거리의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지나가고, 누군가는 잠시 멈춰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흑백으로 바라보면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 보입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지나쳐 왔는지,

그 질문을 사진 안에 조용히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색을 조금 덜어냅니다.

대신, 사진 안에 남아야 할 온도와 태도가 흐려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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