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_도시, 버티라고 설계된 공간

by Nam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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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늘 차갑게 보입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구조물, 반복되는 선과 규칙적인 간격,

사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언제나 시설과 장치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도시를 감정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도시는 생각보다 많은 손을 내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지하철 안에 매달린 수많은 손잡이들,

넘어지지 않도록 이어진 난간과 기둥들,

잠시라도 몸을 맡길 수 있게 마련된 구조들.

도시는 우리가 흔들릴 것을 알고, 그에 맞춰 준비된 공간입니다.


이 손잡이들은

우리에게 강해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 하루를 버텨도 된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기대도 되고, 붙잡아도 되는 무언의 허락처럼 말입니다.


도시가 차가워 보이는 이유는

사람을 밀어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동시에 품어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누구 하나를 특별히 배려하지 않지만,

누구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기 위해

같은 높이의 손잡이를, 같은 간격의 공간을 마련해 둔 채 말입니다.


결국 도시는

인간이 설계한 공간이고,

인간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를 쉬게 하지는 않지만,

쓰러지지 않도록 옆에 서 있는 공간.


그래서 이곳에서의 버팀은

외로운 인내라기보다,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해도

각자의 하루를 지나갈 수 있게 해주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수많은 손잡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잠시 기대고, 다시 손을 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정거장으로 향합니다.

도시는 그 과정을 굳이 기억하지 않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조금 덜 무너진 상태로 하루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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