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거인(의사)은 쓰러졌고 하이에나들은 잔치 중
#1
누군가는 의료 개혁이라고 말하고, 선동하고,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개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의사인데 이제 망했으니 나만 죽을 수 없다는 저주가 아니다.
이젠 그놈의 의대 증원 때문만으로 의사들이 난리 친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은 강을 건너버렸다. 그런 강을 한번 건너도 정부와 신뢰가 완전히 깨져버리는데, 크고 작은 강을 몇 개나 넘어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냥 뭐 완전히 끝나버렸고 정부도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식인 것 같다. 사실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의대 증원' 같은 건 정부가 의협을 패싱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위한 수작질 아닌가 싶다.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상식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함
("이공계 인력이 부족하니 서울대 학원을 만들어 수료하면 박사 학위를 주자"와 비슷한 급이다)
↓
의사에게 엄청난 모욕감을 줘서 집단을 마비시킴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
의사가 대화에 응하지 않네~ 그럼 우리 마음대로 할게~
#2
요즘 눈에 띄는 건 한의사의 의사 코스프레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현은 '코스프레'라고 했지만, 절대 한의사가 가짜라든지, 의사의 하위 호환이라든지 같은 의미로 말하는 건 아니다. 정말 한의사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회 현상을 객관적으로 말하는 거다. 문제는 이러쿵저러쿵 해서 결국은 돈 되는 것만 가져가려고 하는 행동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거지. 그 와중에 환자를 생각해서 그랬다는 '멋짐'까지 챙기겠다고 하니, 솔직히 욕심이 과해 보인다. 그런데 한의사가 그렇게 유린해도 욕먹는 건 의사인 판이 지금 짜여 있다. 게다가 의사는 완전히 붕괴하여 그거까지 신경 쓸 여력도 없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언젠가 의사/한의사 이원화가 정리되고 통합될 거로 생각하는 입장이다. 다만 그 방식이 문제인데, 난 기존 진료 하던 사람들은 그냥 두고 새로운 통합 의대에서 통합 의사를 배출하는 방식이 옳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의사/한의사는 사고방식 자체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요즘 행보는 한의사가 의사 업무를 할 수 있게 마구 풀어주는 모양새이다. 한의사에게 의사 가운을 입히면 의사가 된다고? 원칙이고 뭐고 싸그리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3
피곤하니 오늘의 급 결론.
지금 업계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으니 수험생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날까 말까에 목 맬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의대를 가서 인생 꼬일 수 있어요. 제가 지금 낙수과도 하고 있고~ 주식도 상투만 용하게 잘 잡아봐서 이런 쪽엔 감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어딜 가야 하냐고요? 힌트는 이미 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