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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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분석할 것도 없어 시간이 남으니 요즘 의료계 돌아가는 상황을 몇 개 정리해본다. 순서는 생각나는 대로이다.
#1 의대 교수와 학생/전공의 간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짐
10월 25일쯤 어떤 대화가 의사 사이에 돌아다녔다. 어떤 전공의가 교수에게 SNS 일대일 대화로 따지는 대화였다.
(대략 교수들이 자리를 보전하며 토론회만 하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정부에게 '대화했다'는 명분만 주니, 결국 의정 갈등 사태를 장기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전공의가 따지면서 서로 싸움. 이미 감정이 격해져 있는 상황)
전공의: (교수는 왜 행동하지 않느냐는 내용)
교수: 아 파업은 (전공의)씨 부모님 입원하실 때 할게요~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입원 결정 나는 대로.
이게 교수라는 사람이 제자인 전공의에게 한 말이었다. 이 대화는 박제되어 밈으로 돌았고 (의대생과 전공의로 추정되는)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비록 대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는 대체로 "둘 다 못났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2024년 의대 사제 관계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공의와 학생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교수님~ 저희 돌아왔어요~" 하길 바라고 있다. 뭐 Que Sera, Sera.
#2 의사협회 이미지가 나락으로 가면서 의사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사라짐
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행동하는 지도자가 되어줄 거로 생각했던 의협 대표는 빠르게 신뢰를 잃어 탄핵 위기에 처했다. 이젠 대통령이 먼저 되냐, 의협 대표가 먼저 되냐, 대결해도 될 지경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① 의협 내부 반대파의 권모술수
회장이 잘하고 싶어도 대의원들이 바보 만들어 버린다는 소문. 본인이 뽑은 대표를 끌어내리려고 노력한다는 게 이상하겠지만, 의협의 정치는 굉장히 봉건적이다.
② 의협회장 본인의 무능
반대파가 있어도 알게 뭔가. 일단 겉으로 보이는 게 대단하고 멋있으면 그만인데, 안타깝게도 이번 의협회장님의 행보는 회원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지난 회장은 의정 갈등 사태까지 와도 아무런 행동을 안 하고 도망쳤기 때문에, 그나마 행동 대장은 되어줄 것 같아서 뽑은 회장인데도 말이다.
뭐 Que Sera, Sera.
#3 이젠 한의사는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숨기지도 않는다
한의사 선생님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본디 한의학은 학문적 한계점이 많았다. 현대 사회로 넘어가면서 존재의 위기를 겪기도 했고. 한의사도 굉장히 똑똑한 분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살길을 열심히 개척했다. 그 노력의 결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모양이다.
과거 한의학과 의학의 대립 구도는 사실 한의사가 원하는 여론전이기도 했다. 첫째는 마치 한의사가 의사와 대등한 능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고, 둘째는 의사의 비판을 마치 한의사가 부당하게 핍박받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그랬는데, 최근 의사가 빠르게 몰락하면서 한의사의 입지가 올라가니 전략이 바뀌고 있다. 분명 예전엔 양백정(의사를 비하하는 한의사 용어)의 기술과 한의학은 다르다고 했는데, 미용 시술이 허용되자마자 너도나도 레이저 쏘기에 바쁘다.
너무 큰 떡이 들어오자, 신이 난 한의사는 이젠 우리가 의사하겠다고 2년 더 교육받고 의사 면허를 달라고 하고 있다. 또한 처음부터 한의사라는 용어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고 하며, 한의사에서 '한'을 지워야 한다는 발언도 하고 있다.
의사 입장에선 능욕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거나, 다른 직종에 비유해 보자), 의사를 대표하는 목소리는 실종되어 말이 없다.
뭐 Que Sera, Sera.
#4 의사는 어차피 AI가 대체한다고 하는 직업이다
세대 갈등이고, 의정 갈등이고, 한의사와의 갈등이고 뭐고 모든 게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다음에 써야겠다... 아무튼 Que Sera, Ser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