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시언 Apr 07. 2019

이유가 없는것도 있다

안동 사투리에서 '사이소'는

'사라'는 뜻도 있지만, '팔라'는 뜻도 있다.

예를들어 "된장 사이소"는

내가 가진 된장을 사라는 뜻도 되고

나에게 된장을 팔아라는 뜻도 된다.

발음이나 억양도 똑같다.

그럼 이걸 어떻게 구분하느냐?

상황과 맥락을 봐야한다.

말하는 사람 앞에 된장이 있다면 사라는 뜻이겠고,

말하는 사람 앞에 된장 대신 빈 수레만 있다면 된장을 팔라는 뜻이된다.

왜 뜻이 두 개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한 1년 정도 된 것 같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동네에 오후 4시 정도면 순두부를 판매하는 아주머니가 왔다.

작은 경차에 스피커를 달아두고

두부가 왔다는 녹음된 음성을 내보내면서

두부를 사라는 말을 했다.

그 두부 사라는 말은 너무나도 익숙해진 음성이었지만

어느새 들리지 않는다.

왜 더 이상 오지 않는지는 모른다.


우리는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이성적으로 알아도

'왜' 태어났는지는 모르면서

거기에서 살고있잖아.

그런것처럼 때로는 이유가 없는,

이유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모든것에 이유가 있진 않다.

어쩌면 처음에는 이유가 있었으나

그 이유가 점점 희미해져서

나중에 그 이유가 사라진 경우도 있을거다.


사랑하는 사람과 명백한 이유로 헤어졌다고해도

시간이 지나면 헤어진 이유는 사라지고

아련한 추억으로, 좋았던 추억으로만 남게된다.


연애할 때 헤어진 다음 곧바로 다시 만나는 경우는 왕왕 있다.

그러면 또 똑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지게되고,

또 이유를 상회하는 그리움 때문에 다시 만나게된다.

이게 반복되는것이 풋사랑이자 연애다.

풋사랑에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사랑에 이유가 어디에 있나?


이유가 없는 것도 있다.

모든것에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인생이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삶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시간을 아껴쓰는건

권장할만한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괴롭고싶지 않다면,

때로는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