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코끝 시린 계절을 보내며

by 남시언


캐롤이 울려퍼지는 연말이다. 2018년 12월 30일에 브런치에다가 새해 목표 효과적으로 세우는 법(https://brunch.co.kr/@namsieon/139)이라는 글을 썼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 글을 쓴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지나간다. 세월이 날아가는 화살촉 같다더니 정말 그렇다.


벌써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20대때부터 다양한 외부활동을 해왔던터라 당시엔 어딜가든 막내였던 까닭에 세월이 좀 빨리 흘렀으면하고 바랬던적이 있다. 이젠 어딜가든 막내가 아니다. 꼰대 아니면 다행이랄까. 이젠 내가 태어났던 해의 내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난 총각이다. 20대땐 30대 중반이라고 하면, 엄청 아저씨 같았다. 지금 그 아저씨 같던 사람의 나이가 됐다.


나 스스로가 기특하면서도 대견한 한편으로 아쉬움도 남는 한해였다.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면서도 똑똑하게 산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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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이벤트는 이사였다. 여름부터 부동산을 알아보고 대출을 체크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나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부동산중개사무소의 문을 긴장하면서 열고 들어갔던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은행 대출 상담 코너에 박치기하듯 간 일은 무모했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자기의 이름으로 된 집을 가지게 된다는건,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나에게는 영원히 쟁취하지 못할, 손에 잡히지 않는 구름같은 무엇이었지만 이제는 경험자가 됐다. 혼자서 모든걸 해야하는 입장이라 코피를 쏟고 지쳐 쓰러져서 잠들고, 매일 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여름밤이 기억난다. 그날은 비가 무지하게도 많이 내렸다.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회사 일은 그럭저럭 큰 무리없이 잘 굴러갔다. 정말 운좋게도 주변에 도움을 주시는 많은분들이 계시다. 내가 점점 더 느끼는 감정은, 내가 운이 좋다는 사실과 실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매일밤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있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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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그동안 용돈벌이 또는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기자 활동을 공개적으로 그만두고서 여유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남는 시간에 미래를 준비할 목적으로 유튜브를 하고 책을 쓰고 그동안 못했던 여러가지들을 해볼 심산이었다. 적어도 3월까지는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쪽에서 일을 정리하니 반대쪽에서 일이 들어왔다. 기자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봄부터 여름까지 여기저기에서 강의를 했더니 소문이 났는지 여러곳에서 강의 요청이 밀려드는통에 정말 정신없는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시간이 부족한 까닭에 많은 숫자의 강의를 정중하게 거절해야했다.


일을 하면서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사 다음날 바로 강의가 있었고 이사 전날에도 밤 늦게까지 강의를 해야했다. 잘했다, 못했다는 감정보다 무사히 마무리 된 것에 감사한 나날들이었다.


코끝 시린 계절을 보내며 거리 곳곳에 트리가 설치되는 모습을 바라보니 올 한해가 자동으로 되감기 된다. 1년은 짧고도 긴 시간이다. 머리속에서 2019년 1월 1일부터 빨리 감기로 12월까지 오는 과정에는, 웃고 울만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우리는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폭설이 쏟아지던 2014년 12월 말, 집으로 가던 길에 있는 눈쌓인 오르막이 이맘때만되면 떠오른다. 그 길에서 나는 매우 즐거웠고 춥지 않았다. 술기운이 약간 있었고 불행한 일이 근래에 터졌었다. 나는 이때 다중인격자처럼, 블로그에는 '나는 죽어야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밤에는 술집에서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그래야만 이 지긋지긋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모든게 부질없어 보였다. 정말로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걸 시도조차 못할 정도로 나약한 인간이었다. 살 10kg가 순식간에 빠져서 허리끈을 두 칸이나 쪼여서 메야했다. 그래서 나는 그날, 그 창백하던 눈밭에 옷을 입은채로 깔깔 거리며 뒹굴었다. 쏟아지던 눈을 맞으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웃음이 났다. 한참을 눈 밭에 대(大)자로 누워있었다. 스마트폰에서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이 흘러나왔다.




1년이라는 시간이 불쑥 지나가 버렸지만, 올해를 축하하고 곱씹어볼 틈도 없이 내년엔 또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삶이 너무나도 치열하다. 그러나 이게 내 팔자라면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짊어지고 가야한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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