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코피가 터졌다

by 남시언


대단히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이번주에만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강의를 여러차례 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했다. 하루의 절반을 고속도로에서 보내는 날들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할수도, 무식하게 일만했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어쨌든 선택은 내가 한 것이기에 후회는 없지만 피곤한건 사실이다. 시간은 항상 부족해서 대체로 식사가 부실한 편이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곳곳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음식을 외울 정도니까 말 다했다. 건강상 아직까진 사는데 지장이 없지만, 나중엔 솔직히 어떻게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김없이 6시경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을 타고 있는데 코에서 알 수 없는 느낌이 나서 손으로 '슥~' 했더니 뜨거우면서 시뻘건게 묻어난다. 어김없이 코피가 터졌다. 급하게 휴지로 코를 막고 거실 창밖으로 회색빛으로 얼룩진 풍경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간밤에 비가 왔나보다.


어릴때부터 기관지가 약해서 고생을 참 많이도 했다. 어린시절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사는 방에서 담배를 태우셨는데 아마도 그 영향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태생적으로 기관지가 약한지도 모른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이게 내 팔자라면 감수하고 앞으로 가야한다. 남탓은 당장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다.


코피는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이자 전리품이다. 학창시절 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탓인지 코피 흘린 기억이 없는데 30대 이후에는 종종, 특히 이맘때 코피가 왕왕 터진다. 가끔, 아주 가끔은 알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건 아닐까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지만, 건강검진에서는 매번 양호가 나오니까 그냥저냥 살아가게 된다.


피로에 의한 코피는 지혈을 잠깐만 해주면 금방 멈춘다. 하지만 자주 터진다. 코 안이 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심하게 감기를 앓았는데, 그때의 영향으로 더 그런것 같다.


나는 총각에 혼자 살고 있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단점이 된다. 결혼한 사람이 부럽다는 느낌보다는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바로 옆에 없다는게 조금 서럽다고 할까. 뭐 그런 느낌이다.


친구들 중 일부는 30대 중반이 가까운 나이에 아직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있다. 안정된 직장은 당연히 없고 여기저기 전전하는것 같다. 친구로서 안타깝지만 도움을 줄만한 일은 많지 않다. 사회에선 친구보다 비즈니스 관계가 우선시 되기 마련이다. 친구는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언제나 주변에는 자기와 닮은 사람들이 들어찬다. 환경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자신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걸 확인하고싶다면 주변 인물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보면 된다는 뜻이다. 이건 내 경험칙에 따르면 거의 정확하다.


작년이었나? 코피 터진걸 자랑이랍시고 인스타그램에 올린적이 있는데 많은분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좀 미안한 기분이 들었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자랑거리도 아니거니와 미안한 기분 때문에 이제는 올리지는 않는다.


평일 5일간 열심히 살았던 덕분인지 다행스럽게도 이번주 주말에는 일정이 비어있다. 마음같아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싶지만, 다음주에 해야할 일들이 밀려있고 내년에 나올 새로운 책의 원고 마감도 다가오고 있어서 뭔가를 하긴 해야한다.


무대에서 강의를 하거나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남들 앞에 서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입장이라 건강과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이건 프로로서 고쳐야할 부분이다. 프로페셔널이 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야한다. 내가 정말 프로페셔널이었다면 건강 관리 역시 철저해야한다. 어쩌면 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아마추어일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여는데 코피가 나는 날에는 커피 마시기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코를 막은 휴지 끝이 자꾸 커피에 닿을것만 같아서 이상한 자세로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때마다 왜 이러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바쁘게 사네"는 내겐 칭찬이다. 오래도록 무명시절을 겪었던터라 일이 있다는걸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바빴더니 뭔가 중요한 나사가 몇 개 빠져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요즘이다. 운동화 끈을 묶지 않고 계속 마라톤을 뛰는 느낌이랄까. 뭔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훌륭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만하는 어떤 일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년에는 일을 조금 줄이더라도 그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직접 시도하고 도전하는 시간들로 채워볼까하는 마음을 먹고 있다. 뭔지는 나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블로그보다 브런치가 더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