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글이 쓰고 싶었을 뿐

글쓰기는 시작부터 외롭다

by 남시언
이래나 저래나 나는 그저 글이 쓰고 싶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썼다. 쓸 곳이 마땅치 않았기에 블로그에 처음 쓴 글은 아무런 조건없이 제대로된 글 한편으로 완성되었다. 잘 몰랐기에 용기있게 썼던 기억이다. 박사처럼 100% 지식을 쌓았다고해도 무언가 시도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무언가를 잘 모를 때, 모르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게되는 경우도 있다. 내겐 글쓰기가 그랬다.


난 글쓰기를 몰랐다. 내가 알았던건 그저 글이 쓰고 싶다는 느낌 뿐. 왜 쓰고싶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매우 복합적인 이유에 근거하는 듯 하다. 몇 년간 글쓰기를 놓지 못한채 마치 짝사랑의 상대방을 갈구하듯 글을 썼다. 어느정도 글이 쌓였다. 세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지금도 남아있는 내 글들이야말로 내가 글을 썼음을 여지껏 증거한다. 세월이 지나 내 청춘은 사라지겠지만 내 글들은 청춘안에 살아 숨쉴 것만 같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창작은 고독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고독을 간지러움처럼 견디지 못한다. 기침과 간지러움을 참기 힘들듯 외로움도 마찬가지다. 사랑 역시 그렇다.


다른 예술도 똑같지만 글쓰기는 유독 고독과 관련이 깊다. 홀로 여행을 하고, 홀로 산책을 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무언가에 푹 빠질 때, 비교할 대상이 사라져서 자신만의 정신세계와 판타지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때, 유달리 부끄러움을 타면서도 어떤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새벽까지 글을 끄적일 때 괜찮은 글이 나온다.


혼자 있으면 자유를 느끼는 것도 잠시. 금세 외로워진다. 외로워질 수 밖에 없다. 우리 몸이 그렇게 만들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보면 세상만사 모든게 별게 아니게된다. 흰 배경 위 검은색 글씨 위에서 분위기는 부기나이트 한마당이 되고,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악당이 되었다가 세상에서 가장 잘나가는 멋진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쓰기가 매번 즐거운건 아니다. 글쓰기에서조차 외로움을 느낀다. 특히 아무런 글이 나오지 않을 때 그렇다. 깜빡이는 커서 위에 이것저것 적어봐도 도무지 마음에 드는게 없을 때. '이게 아니야!!!'라고 외치며 마치 장인정신이 깃 든 백스페이스를 연신 눌러댈 때 그렇다.


내가 원했던건 그냥 이 답답한 마음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센티멘탈한 기분을 글로 풀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그저 글이 쓰고 싶었을 뿐인데. 엄청 획기적인 SF소설이나 대하 드라마 시나리오, 장편 소설을 쓰고자했던건 아닌데. 그냥 짧은 일기성 글인데... 그것 조차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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