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제가 본 영화라고는 그 시절 SBS의 번호로부터 더 올라가면 있는 영화채널에서 하는 영화가 전부였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했던 짱구 극장판 시리즈만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것만 기다렸던 기억은 선연하게 남아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눠져있었죠. 그 사이 광고가 참 사람을 애타게 했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중간광고가 싫어서 결말이 난 드라마나 한 시즌이 통으로 올라오는 드라마를 챙겨봅니다. 드라마의 꼬리를 굳이 따라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스토브리그, 체르노빌은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바람처럼 어디서 온 지도 모르게 영화라는 것은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메멘토를 다운로드했습니다. 메멘토는 크리스토퍼 놀런이 만든 놀라운 작품 중 하나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때도 그와 비슷한 평가를 받았겠죠. 영화의 포인트는 시간 구성에 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봤습니다. 그래서 보다 졸았습니다. 억지로 끝낸 기억이 납니다. 10초 넘기기도 같이 했던 기억이 나는 것으로 보아 그때의 저는 그 영화가 참으로 지겨운 영화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제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이었습니다. 235분. 지금 봐도 극악의 상영시간이었네요. 그때는 자리라는 것은 모두 맨 앞에 앉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라는 것은 본 적이 없으니깐요. 그렇게 맨 앞자리에 앉아 영화를 봤습니다. 제가 영화를 본 장면을 생각하고 있으면 전설적인 애플의 광고가 생각납니다. 1984를 패러디하여 모두들 스크린만 골똘히 보고 있죠. 저도 그랬습니다.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으나 그때 제 머릿속의 스크린에는 누군가가 해머를 던졌나 봅니다.
현재의 저는 정말 영화를 좋아합니다. 장난스럽게 하는 말로 “드라마는 10시간이 넘는 영화지만 실제 영화는 길어야 2시간이니 그 안에 함축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나는 참 좋다”라고 대충 둘러댑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니 정말 제가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영화는 제가 즐기는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영화에는 다양한 시선, 감정이 있어서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선한 영화를 보면 새로운 시각이 생기고, 몇 안 되는 영화로부터 거친 파도처럼 오는 감정을 받아들이면 마음에서도 요동이 치고, 정말 장면에서 적확한 노래가 나오면 조용한 영화관에서 박수가 치고 싶고, 정말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오는 감동에 조금이라도 더 영화관에 머무르고 싶고, 집에서 보는 영화에 생각에 잠겨 눈을 감으며 영화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다 잠에 들고. 저는 이런 과정이 좋아 영화를 좋아하는 거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감독, 영화, 음악. 정말 한번 꺼내면 하고 싶어지는 말이 많아지는 것이 영화입니다. 그만큼 제가 영화라는 장르에 덕심이 생겼다는 말입니다. 많이 봤다면 많이 봤고 적게 봤다면 적게 본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제가 본 영화는 1000이 넘었지만 아직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보지 못한. 흑백영화는 많이 봤지만 버스터 키튼의 작품은 보지 못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좋아 레버넌트를 보았지만 마지막 황제는 보지 못한. 프랑스 영화가 참 특이하고 좋은 영화라는 것은 알지만 장 뤽 고다르, 트뤼포의 작품은 다 보지 못한. 그런 사람이 접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보지 못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항상 영화를 보고 나면 개인적인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에 빠져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재미를 느끼고 아주 깊은 인상이 남으면 5점, 영화를 보다 졸았지만 뭔가 의미가 있거나 재미가 느껴지면 4점, 크게 의미는 없지만 영화를 본 시간이 상대적으로 밖에서 논 시간보다 가치가 있으면 3점, 의미도 없고 재미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봤다는 느낌이 들면 2점, 정말 지겹고 시간도 아까우면 1점.
물론 5점에 드는 영화는 너무 많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부터 시작해 놀란 감독의 테넷 등. 헤아릴 수 없습니다. 5점에 드는 영화는 따로 OTT에서 직접 사서 다시 봅니다. 진정한 명작 영화는 프레임의 크기를 가리지 않습니다. 보고 또 봐도 재밌고 또 보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테넷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영화관에서만 3번을 봤고 열차에서 2번을 더 봤습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재미가 느껴집니다.
흔히들 인생 영화라고 합니다. 내 인생에서 없으면 안 될 영화. 언제 봐도 재밌는 영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생 영화는 영화에 시대를 통찰하는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치밀한 개연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엄청난 반전도 아니고 뛰어난 연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노팅힐이 그렇습니다. 노팅힐은 정말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어쩌면 공식대로 가는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네이버 평점은 9.5점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마 추억 보정이 들어간 수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정말 그럴 수도?
누군가가 항상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그 대답은 노팅힐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항상 대답을 하며 이어지는 대답은 “그 영화도 안 번지가 너무 오래되다 시 한 번 봐야겠다.”입니다. 여기서도 다시 말해봅니다. 진짜 시간이 나면 다시 봐야겠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따뜻한 영화니까요. 이런 유의 영화는 많았습니다. 이프 온리, 어바웃 타임, 노트북, 미 비포 유 등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나 흥했으니까요. 그래도 1년에 한번은 나오는 장르 아니겠습니까. 물론 신데렐라 스토리에 관한 영화도 너무 많습니다. 오래된 영화를 생각하면 귀여운 여인이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는 노팅힐만 한 영화는 없습니다. 저에게 영화라는 스펙트럼이 시작하는 선을 그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 위에 진하게 생긴 점들이 제가 생각하는 명작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에는 노팅힐이 있죠.
아 참, 저는 한국 영화에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합니다. 참… 뭐랄까.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만의 정서가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일 수 없는 그런 느낌. 유튜브 릴스에서 본 내용을 빌리자면, 요즘은 모든 것에 K가 붙는다고 하죠. K-드라마 같은 것 말입니다. 요즘은 K-워터까지 있다고 하죠. 저는 바로 8월의 크리스마스가 웰메이드 K-무비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참 재밌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유정원이라는 사람이 아픈데 아픈 이유, 병명도 없습니다.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곧 개연성이라는 것과 연결될 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허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때로는 영화에 이유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술해도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이때의 허진호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개연성이 떨어져도, 주인공의 모든 것이 다 보이지 않아도 이렇게 충분히 멋진 영화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보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맛있는 커피를 먹은 것처럼 긴 여운이 남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때의 심은하는 예쁩니다.
저의 영화에 대한 잡설은 여기서 그만할까 합니다. 제가 정말 쓰고 싶은 생각은 많은데, 제 생각을 따라잡는 능력이 좀 떨어집니다. 그리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오늘 다 써야 일주일에 하나를 올린다는 다짐이 결실을 이루니 그렇지 않을까요? 저의 첫 글은 이렇게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서 재밌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