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너더>를 보았다.
다소 긴 러닝타임이 너무 짧게 느껴졌고 이야기가 더 남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정도.
토마스 핀천의 소설 <바인랜드>를 느슨하게 각색한 것으로 <바인랜드>가 80년대에 60년대 망령을 소환해서(신자유주의 시대에 히피와 극단주의) 인물들의 관계를 추적한 것이라면, <원배틀>의 경우 16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되면서 지금 시점에서 현재화했는데, 문제의식은 갖추되, 충분히 픽션적이면서도 지금 미국의 정치-사회 상황을 시시하는 바가 많을 것이라, 평론가들이 높이 샀을 부분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사회적 내용을 배제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와 경제적인 씬 배열, 가쁜 편집들과 인상적인 대사들, 인물을 타이트하게 들여다보는 카메라, 효과적이며 여운이 남는 영화 음악등
최근에 본 가장 만족도가 높은 영화적 경험이었달까.
묘하게 극단은 서로 닿아 있으며, 그것이 곧 인간이며,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고 또 반복하기에, 그렇기 때문에 혁명이건 전쟁이건 그 안에서 인간이 하는 일들은 또 다른 연쇄적인 사건들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지극히 선적인 결말에 이르게 되는데, 이런 지점이 후반부 너른 공간 때문인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황량한 여운과 닮아 있다는 생각.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 좋았는데, 굵직한 연기가 아니라 주인공과 대치하는 인물들 속에 선 배우들의 기계적이지만 절대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들이 좋았다. 베니치오의 힘 뺀듯한 숨 쉬듯 자연스러운 연기는 <노인을 위한>에서 우디 해럴슨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더 완충적이면서 마법 같다고 할까. 베니치오 알러뷰.
특히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기, 분위기가 압도적인데, 그래서 그 공기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 우리가 있는 듯한 느낌인데,
우리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의 사막씬을 볼 때 느끼는 실제감-공간감과는 또 다른 느낌의 연출이랄까.
폴 토마스 앤더슨이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 때문일까. 영화의 묘한 색감과 분위기가 여기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중반부 거리 장면에서의 스펙터클이 꽤나 인상 깊고, 숀 펜은 근 10년 동안 회자될 최고의 악역을 연기했어며, 디카프리오의 목욕가운 코스튬은 <빅 레보스키>의 듀드를 연상시킬 만큼, 이 영화의 무드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했으며, 그 외 모든 배우들의 장면이 덜하지 않고 꽉 찬 느낌을 받았다.
10점 만점에 8.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