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숭고한 위조범의 생애

<어느 레지스탕스 위조범의 생애>, 사라 카민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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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레지스탕스 위조범의 생애>는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이야기이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러시아계 유대인 가족의 둘째인 아돌포 카민스키는 열일곱의 나이에 2차 대전 프랑스 비시 정부 하에서 동네 염색공장에서 일한 경력과 화학에 대한 재능 덕분에 유대인들의 신분증을 위조해 그들이 강제 수용소로 소환되는 일을 막는 레지스탕스 경력을 시작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알제리해방운동과 그리스 및 아프리카 혁명 운동의 지하 운동가들과 협력하면서 그들의 임무에 맞는 여권을 포함한 다양한 서류를 위조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2023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아돌포를 그녀의 딸이자 배우-극작가인 사라 카민스키가 인터뷰한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만든 것으로 그 사실성과 긴박한 투쟁의 기록이 엄청나게 흥미로워 촘촘한 스파이 소설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가장 인상에 깊이 남은 것은 아돌포가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작업실-업체를 운영하면서 이러한 신분증 위조를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지원 없이, 어떠한 네트워크에도 속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30년 가까이.


가희 잉크나 종이 제작 그리고 사진술과 그 적용, 나중에는 사용되지 않은 지폐들까지 위조한 천재적인 기술자이자 천부적인 장인 아돌프는 자신의 대의를 위해 개인적인 삶은 철저히 외면한 채로 영위했던 것.


25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을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재미가 있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알제리 독립과 관련한 당시 프랑스의 비겁한 행태들을 알 수 있으며, 자본주의가 모든 세계를 먹어 삼키기 전, 5-70년대 어떠한 지하 활동가들이 있었는지, 그 부글부글 끓는 투쟁의 흐름을 계략적이나마 알 수 있었다.


뭐랄까, 실화라는 감동도 있지만, 위조 여권이나 신분증 같은 서류가 결국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염두하고, 묵묵히 그 일을 해나갔던 아돌포의 숭고한 정신, 그리고 뜻을 같이 했던 동료들의 비극적인 죽음. 그런 것들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아돌포의 사진들은 구글에서 몇 장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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