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할아버지의 수줍고 충만한 컬렉션 가이드

<데이비드 스톤 마틴의 멋진 세계>,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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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니 이제 재작년(2024년 5월)에 나온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1,2권에 이어

그의 LP 컬렉터로서 페르소나로 나온 에세이의 연장선상인,


<데이비드 스톤 마틴의 멋진 세계>는

그가 긴 시간 나름의 원칙(레코드 한 장에 5천엔 이상 넘지 않는다, 우리 돈 5만 원 내외의 예산으로 산다!)을 고수하며

전 세계에서 수집한 David Stone Martin(이하 DSM)이라는 LP 커버 디자이너, 커버 아티스트의 서명이 들어간 재즈-기타 음반에 관한 나름의 아카이브 모음집이다.


그 대부분은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기라성 같은 재즈 뮤지션을 영입해 무수히 많은 스튜디오 레코딩과, Jatp과 같은 실황 레코딩을 발매한 클레프/노그랜 레코드의 수장 노먼 그랜츠라는 인물과의 돈독한 관계에서 탄생했다.


가히 재즈의 전성기였을 것이고, 당시 신기술인 LP의 제작의 초창기로 우리가 생각하는 12인치 LP보다 작은 10인치 LP의 모노 레코드들에서 DSM의 미학을 더욱 간명하게 확인 가능하다고 무라카미는 말한다.


DSM의 작업물이 들어간 레코드 모음집!

거기에 무라카미의 직관적이고 붓펜류를 사용한 검은 선과 붓 터치 일색인 DSM 작업물에 대한 논평과 아티스트 소개가 다이다.


뮤지션별로 선정된 DSM의 작업물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특유의 미니멀한 미학적 요소가 빈번하다.


40년대 후반 상황이라 다양한 컬러 작업은 당연히 요원하고, 거의 흑백사진과 폰트 위주의 디자인이 대규모 레이블 작업에서 많이 쓰였다면, 소규모 레이블에서 DSM의 작업은 마치 레코딩 혹은 라이브 연주 시 아티스트의 모습을 펜으로 그린 담백한 캐리커처(특히 로우 앵글이나 다양한 렌즈로 왜곡된 듯 보이는 포즈를 선택한다!)와 거기에 재즈의 자유연주 애드리브 같은 소소한 디테일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아티스트의 외관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모습과 악기의 특정 부분을 반복해서 마치 연주하는 듯한 만화적 표현을 한다거나, 거기에 나름 강렬한 최소한의 색을 동양화처럼 뿌리는 듯한 과단성은, 거기에 들어가 있는 전성기 연주자들의 연주를 새롭게 하면서 동시에 기묘한 낯섦을 가져오기도 한다.


내가 DSM의 열혈 컬렉터이고, 그 앨범 그림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아티스트에 음악적 특징을 각인한다면, 기묘한 나만의 연주에 대한 기억법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무라카미에게 이 음반들이란 과거에도 현재에도 거의 일상의 중요한 시간들을 보내는 내면의 공간인만큼, 그가 왜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왜 이 음반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충분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 것.


생소하지만 특별한 수집 분야의 생생한 컬렉션을 훔쳐보는 재미가 분명히 존재하는 책이다.


거기에 더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세계적인 작가로서 남부럽지 않을 은행 잔고를 갖춘 무라카미가 판 구입에 절대 5천엔 이상 지불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법칙인데,


여기에는 생략된 말이 있으니, 전 세계 음반샵을 돌아다니는 여행 경비와 무엇보다 그러한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은행 잔고, 내 시간을 오로지 나에게 쓸 수 있다는 그 풍족한 마음의 여유 그런 것이 확고한 5만 원 이하 법칙 아래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200만 원짜리 편도 비행기를 타고, 하룻밤 50만 원짜리 호텔에 묵고, 하루 100달러짜리 전용 운전기사를 두며, 그보다 많은 비용을 일급 레스토랑의 식대로 지불하면서, 이 도시, 저 도시의 레코드 샵을 두루두루 돌아다닐 수 있지만, 여전히 판을 사기 위해선 5천엔 이하로 예산을 정한다는 것,


그 자유로움,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유럽-아메리카-남미-호주-기타 등등 전 세계 도시를 유영할 수 있다는 그 물적 시간적 여유가 5만 원 법칙을 완성한다는 점.


그러한 자유로움이란 무라카미 소설 속에서 각각 개인으로서 독자성과 주체성을 지닌 캐릭터가 극렬하게 추구하고 있는 바이다.


개인으로서의 자유로움, 개인으로서의 충만함, 개인으로서의 고유성.


우리가 수집을 하는 이유는 내적인 자신의 열망과 스토리를 그것이 투영된 사물로써 눈앞에 현현하게 해서, 그 능력의 충만함이 자신을 더할 나위 없이 살아 있다고 만들기 때문이다.


수집이란 희망이며, 적극적인 행위이다. 그의 수집을 응원하며 이 발랄한 소설가 무라카미씨께서 앞으로도 계속 허접할지라도 책을 내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