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시그리드 누네즈의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2023년에 출간된 원제 <The Vulnerables>을 번역한 책으로 국내에선 2025년에 출간되었다.
그녀의 책이 최근에 신간으로 많이 나오면서 <어떻게 지내요>, <친구>에 이어 본작 <그해 봄>까지 3권을 내리읽어봤는데,
본작이 가장 뭐랄까, 실망스럽고 못쓴 책이다. 중반 이후는 지루해서 페이지도 넘기기 힘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문체 때문이다.
그녀의 소설은 줄거리가 따로 없고, 오랜 시간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에, 메타소설적 혹은 자기비판적 요소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더해 사소설적인 요소도 충만하다. 이걸 영미식으로 풀이하면 '의식의 흐름'에 기반하고 있음인데, 이 '의식의 흐름'이 때론 걸림돌이 된다.
때문에 A에서 B까지 곧장 가는 스토리가 아니라, A를 출발하면서 다양한 생각의 레이어와 자신의 지난 경험, 옛 남자친구 까대기, 책의 인용, 친구들과의 두서없는 대화, 그 친구들의 가족들에 대한 그랬어 그랬다니깐 식의 이야기들이 삽입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B로 도착했을 때, 다양한 레이어가 목적지에 도착한 독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감동 혹은 정서를 그럴듯하게 전달해 줄 수 있었냐? 하면 성공확률이 너무나도 어려운 게 이러한 문체의 문제이다. 때문에 그녀의 책은 짧은 페이지만 읽어도 풍성한 상념과 정서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한번 코드가 맞지 않거나 다분히 지루하고 뻔한 상념들과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장면들이 등장하면 순식간에 매력을 잃어버린다.
본작의 줄거리는 이렇다.
코로나 봉쇄기간 중 뉴욕에 사는 작가와 비슷한 나잇대와 직업인 주인공이 아는 친구의 부탁으로 타 지역에서 격리 중이라 애완 앵무새 돌봄을 하게 되고, 그 와중에 자신이 사는 집을 아는 친구의 소개로 의사에게 내어주고 자신이 잠시 거주하게 되는데, 그전부터 앵무새 돌봐주었던 20대 MZ남자가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그 젊은 남자와 같이 살게 되는 그런 이야기인데,
실제로 사건들은 거의 없고, 상념들과 작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책들 중 그나마 가장 읽을만했던 것은 비극과 희극의 밸런스가 잘 맞고 보다 현실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어떻게 지내요>였던 것 같다.
<친구>는 <그해 봄의 불확실성>의 상위 호환판이지만 별점 2.5-3점짜리였던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리드 누네즈는 현재 영미권에서는 가장 핫한 위치를 누리는 것 같다. 그 스타일과 품고 있는 주제, 그리고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현대적이며,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듯한 그런 스타일이라 그런가 보다.
이 책을 기점으로 코로나 시절을 다룬 책들은 당분간 읽기 힘들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