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시그리드 누네즈
개인적으론 시그리드 누네즈의 화법이랄까 문체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란 생각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절대 내 취향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이 짧은 책의 서두에서 매번 책을 던져버렸다.
상실과 애도,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말하는 섬세한 화자의 성정과는 다소 맞지 않은, 화려한 성격과 언변, 그리고 인기도 많은 '자살한' 남자 사람 친구에 대한 애정과,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여성권이랄지 동물권에 대한 그녀의 박학한 성찰(?) 또는 인용들이 버무려져 상당히 모순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이 소설의 화자에 대해,
그저 의뭉스럽고, 너무 짜증 나게 섬세하고, 한편으론 너무 짜증 나게 개성이 없어 보여서, 이런 화자로 이렇게 소설을 이끌어간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하고, 심심하면 주 스토리들에 끼어드는 여러 작가들 문인들 때로는 영화들의 인용들과 허구적 혹은 사실에 기반한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의 이야기들의 섞임 자체가, 그 특별한 문체를 유지하는데 그럭저럭 도움이 되는구나 싶다가도, 마지막에 결국 유치한 문체로 흐르는 게, 상당히 멋이 없어 보였달까? 결국 이러한 방식으로 소설의 결말에 이르게 하는데 본인조차 힘들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이상의 코멘트는 달지 않기로 한다.
다만 이 책의 번역자 공경희 씨가 상당히 우수한 번역을 하는 것으로, 이 책 역시 가독성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J.M. 쿳시의 <추락>을 "J.M. 쿠체의 <치욕>"으로 번역한 것은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된 지 거의 30년이 넘고, 책도 많이 번역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데도 90년대처럼 표기에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좀, 의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