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창연한 코지 미스터리 Shit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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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인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었다.

2001년생 저자라는 젊음과 30일이라는 짧은 소설 집필 기간을 광고로 내세웠는데,

이 책이 이렇게까지 많이 팔린 것은 그럼에도 '이동진'이나 '신형철' 같은 작자들의 추천사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니 너무 재미가 없다.

나만 그런가 해서 찾아보니 우리네 예스 24니 알라딘이니, 인터넷 책방 리뷰 글들은 하나같이 알바들이 장악했는지 모조리 별점 4-5개라, 한심하기만 하고, 좀 우습고 쓸쓸한 풍경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일본의 괴테 제1의 연구자 도이치는 어느 날 가족 모임에서 후식으로 나온 홍차 티백의 꼬리표에 적힌 정체 모를 문구를 발견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 Goethe"

도이치는 마침 괴테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의 호스트이기도 해서, 이 문장에 대하 골몰하다가 그 출처를 알고자, 전집을 뒤져보지만 해당 문구를 찾지 못한다.


그러는 와중에 영문학과 박사논문을 작성 중인 딸 노리카와 [신화력]이란 책을 냈지만 추문에 휩싸이는 동료 교수인 시카리, 시카리의 학생이었지만 도이치가 논문을 지도하게 된 쓰즈키, 그리고 장인이자 역시 독문학 대가인 마나부 가족들이 친밀한 아카데믹한 공동체로 등장한다.

이 책은 그 문구의 비밀을 도이치가 파헤쳐 들어가는 과정을 다루지만, 이런 코지 미스터리들이 그렇듯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미스터리의 해결의 단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고, 소설을 읽은 전과 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처참한 독서의 후기에 마주하게 된다.


나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언젠가 일본 영화들에서 목도했던 대책 없고, 가망도 없는 싸구려 감상주의과 역겨운 긍정주의의 세례를 받은 듯하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류의 저질 동화의 재림이랄까...


일단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고 번역을 하고 있는데,


이 문구만 봐도 얼마나 어설픈지 알 수 있다.


누가 봐도 간명함과 중의성, 그리고 명쾌함이 부족한, 누가 봐도 중역에 중역을 거듭하고 중간에 뭔가 알맹이가 빠져있는 듯한 문구 아닌가?


누군가 이 문구의 출처가 궁금하다면, 당연히 레스토랑에 문의해 티백 제조사를 알아낸 후, 제조사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마케팅 혹은 상품 포장 담당자를 통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그들(티백 제조사)이 접할 수 있는 명언이라는 것은,

오래전 인터넷 초창기에 온갖 명언구나 잠언 따위들을 모아둔 출판 쓰레기들을 인터넷 페이지에 옮겨놓으려는 작업이 있었던 그 초장기부터 있어왔던, 고색창연한 옛날 페이지들, 마치 구글이나 네이버의 서비스 초기 화면 같은 그런 사이트에 있었을 것이다.


"허기는 모든 메뉴를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광기는 모든 진실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유튜브는 모든 가짜뉴스를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하루키는 모든 자유를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숙면은 모든 불안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런 식이라는 거다.


이 얄팍한 사연나부랭이들을 우리 주인공 도이치는 부여잡고 자신의 TV프로그램 원고의 대미를 장식하게 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도이치가 과연 학문의 엄정성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자신이 티백 문구를 인용해서 방송한다는 사실에 아무런 위화감도, 아무런 벅찬 느낌도, 어떤 대범함이나 어떤 공감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게 잘한 일인지 아닌지 알려줄 생각도 없다. 마찬가지로 괴테의 삶이나 문학에 대한 어떤 진실의 일부도 얻지 못한다. 마치 거대한 쓰레기의 바다를 뒹굴며 헤집어 갈 뿐, 이 책에 나온 모든 과거의 대가와 가상의 인물 누구에게도 우리는 감정을 공감할 수 없다. 인형극 놀이, 같은...


도이치의 가벼운(?) 일탈과, 동료 교수 시카리가 일종의 학계에 대한 테러(?)로 기획한 거짓 논란(셀프 디스)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지극히 아카데믹한 소재이지만, 이 가짜 학문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심각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바로 세워지지 않는데, 애초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티백 문구를 심각하게 생각해 자신의 40년 연구 세월을 저울질하는 것도 어이가 없고,

고루하고 보수적인 학계 풍토를 일신(?)하고자 되지도 않는 셀프 디스 사건을 기획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무엇보다, 명언들이란, 대중들이 대중들의 목적에 맞는 저잣거리 대화를 위해 어디선가 들어봤던 친숙한 인용구들인데,

이런 가짜? 명언들은 일종의 저자에 대한 가짜 불멸들을 제공한다. 저자에게 잊힐 권리를 주어라! 자신이 쿤데라도 아니면서 감히 불멸을, 페스티시화된 불멸을 노리다니...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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