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에 인스타그램이 있었다면

<힙노시스 : 롱 플레잉 스토리> 전시 @그라운드시소

by 사장님의 세계문학

서촌 #그라운드시소 에서 열리고 있는 <힙노시스:롱플레잉 스토리> 전시를 보고 왔다.

Long Play의 LP에서 착안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long play'ing' story로 부제를 푼 듯,


예전에는 '힙그노시스'라고 국내에 소개된 것 같은데

발음이 편한 ‘힙노시스’로 이참에 정리가 된 것 같다...


힙노시스라는 디자인 그룹은 그 아카이브를 묶은 책(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으로 몇 년 전 소개 된 바 있다.

당대 최고의 밴드들의 앨범 커버를 담당하는 디자인 팀으로, 1983년에 해체되었지만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오브리 파웰이 정리한 자신들의 아카이브가 되겠다.

(이번 전시에도 오브리 파웰의 육성이 담긴 클립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전시는 지금은 생소하고 고리타분할 수 있는 밴드를 카테고리화해서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각각의 사진 작업의 디자인과 사진가를 명시하면서 디테일에 상당히 신경 쓴 인상을 받았다.

LP판형 자체가,

이미지적으로나 직접 눈으로 봤을 때나

굉장히 적절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물리적 형태이기 때문에

(감상 전 음악을 상상하거나 기대를 갖게 하면서도 플레이한 후 다시 여운을 이끌어내는 매체로서)

사진+폰트 식의 정형화된 앨범 아트 워크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들의 노력은

그 앨범을 듣는 감상자들에게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편, 앨범 커버 아트는

영화 포스터 보다는 힙스터적이어야 하고,

책 커버 사진 보다는 불친절해야 하며,

패션 매거진 커버 보다는 더 추상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독창성-예술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들 그룹은 또한 한 번 작업한 자신들의 작업물을 매번 뛰어넘는

방법론을 고안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시에 쓰인 "어도비 포토샵의 원조"였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다


사진의 가능성과 사진이란 매체의 한계, 그 지평을 계속 확장시켜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


그렇게 앨범 아트 워크에 실릴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한 아날로그 노력들의 총체를

엿볼 수 있는 그런 전시로

장인 정신과 실험 정신을 두루 고려할 수 있게 했다.

건물 자체의 원형 디자인 동선을 적극 활용한 배치와 구성도 흥미로웠다.

액자 커튼의 방과 거울의 방 같은 형태들...


개인적으론 레드 제플린 섹션이 흥미가 갔는데,

전시에서는 텐씨씨와 피터 가브리엘(제너시스) 섹션에 더 머물렀던 것 같다.

사진의 가능성을 끝까지 탐구한 그들의 작업과 노력들은

언제나 현대적이란 생각이 든다

음악이란 추상적인 언어의 작업물을 어떤 결과물의 그래픽 또는 이미지를 통해서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하는지,라는 문제는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창의성과 정서적 충격을 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시가 끝나고

새롭게 바뀌는 중 인 서촌 골목길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다면 추천하는

그런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