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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실남실 Apr 02. 2024

안개 짙음, 붉은 강, 생존자는 6명

A.J. 라이언, <붉은 강 세븐>

주인공은 눈을 뜨고 보니 낯선 장소에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고, 곧 자신이 있는 곳이 특정 임무를 위해 제작된 배 위라는 것을 알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팔뚝에 각각 고전 작가의 이름이 문신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들은 도무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로 뒤덮인 강 위에서 지령을 받았음을 눈치채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인지 이 기괴한 비명의 정체는 무엇인지 또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붉은 강 세븐>이라는 요상한 제목의 책은 이렇게 1인칭 시점에서 최소한의 정보만 주어진 채 밀실 스릴러로 시작해서 아포칼립스의 세계로 스멀스멀 뻗어나간다.

마치, <28일 후>의 세계관에서 기억 상실증 환자들이 때거지로 모였다가 <암흑의 핵심>의 플롯을 따라 <세계대전 Z>의 도시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구조를 닮았다.


흡사 굉장한 몰입도를 자랑하는 짧은 플레이 타임의 유혈이 낭자하는 FPS 게임을 연상하게 된다.


플레이 타임은 제한되어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낙오되고 마지막 도착지에 가서야 그는 자신의 임무를 새로이 깨닫게 된다는,


엔터테인먼트적 재미에 충실하고, 어디서 본듯한 세계관과 설정이지만 무리 없는 액션장면들이 진부함을 충분히 걷어내 준다. 시작과 끝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스릴러 치고 스타일과 묘사도 나쁘지 않다.


기억을 상실한다는 설정에 연계해서 기억을 떠올린다는 행위의 의미를 비인간적으로 뒤틀어버리는 참신함과 임무에 던져진 7인의 캐릭터가 끝없이 서로를 의심하며 누가 살아남는지 주목하게 된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위험요소들과 변해버린 세계의 장관들이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추천하는 그런 책

다만 <red river seven>라는 원제를 <붉은 강 세븐>으로 옮긴 것은, 이게 과연 최선이었는지... 너무 일차원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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