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사랑하는 만 가지 방법
한 천문학자는 화성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데
부품 하나라도 기여하고 싶어요.
그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화성 연구를 하지 못해서 아쉬워하기보다는,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는 데 ‘부품 하나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그의 태도.
그리고 저자는 덧붙였다.
자신들이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 탐사에 쓰도록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 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 탐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나는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우주를 사랑하는 일이 연구자나 기술자의 몫만이 아니라, 그 여정을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모든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나는 무언가를 좋아하면 처음에는 깊이 빠져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상과 더 가까워졌을 때,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거나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기지 못하면 금방 실망하고, 어느새 마음이 식어버리곤 했다.
좋아하는 것 자체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 감정을 지속하려면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직접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따라왔다.
좋아하는 것을 결과로 이어가지 못하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고,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는 게 맞나?’ 하고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무언가를 좋아할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린다.
내가 꼭 그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이 꼭 대단한 영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재즈나 클래식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늘 찾는 재즈 플레이리스트가 있고, 황인용의 카메라타처럼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책을 읽는 시간에 깊은 위로를 받는다.
나는 연주자가 아니고, 작곡을 할 줄도 모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자주 찾아 듣고, 관심을 가지고, 언젠가는 좋아하는 재즈 CD와 CD 플레이어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음악은 내 삶에 깊이 자리 잡고 있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를 사랑하는 방법이 만 가지가 있듯이, 어떤 것을 사랑하는 방법도 수만 가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나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것을 사랑할 수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문학동네, 2021.
「우주를 사랑하는 만 가지 방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