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고 대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미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다. (브레송의 모델에 관한 묘사를 예로 들자면) 여기서 피사체는 자기 의사와 상관 없이 본인도 모르는 자신의 습관 혹은 제스쳐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고평가 중 그가 아이들을 윤리적인 방식으로 촬영한다는 말은 그의 영화 만큼이나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다. 이미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데 있어, 아이들 스스로 결정했는지의 유무조차 알 수 없는 문제로부터 그의 영화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윤리적인 방식이라 스스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냐는 말이다. 카메라로 대상을 촬영하기로 한 이상 이미 거기서 대상화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고레에다나 윤가은과 같은 케이스는 영화 촬영장의 비화 등을 고의로 노출하며 이러한 책임을 방기하고 나아가 카메라 속의 아이들을 다루는 권위를 획득하는 정말이지 기분나쁜 연출을 고집하는 자들이라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그 점에서 치코 이바네즈 셰라도어의 <누가 아이들을 죽이는가>가 아이들을 다루는 데 있어 그나마 솔직하고 대담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