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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슮 Aug 11. 2023

나무이야기 _ 남해 보호수 시문마을 팽나무

마을의 할아버지라 불리는 나무



남해 150년 팽나무



남해 지역의 팽나무는 다른 지역보다 나무 높이가 낮은 대신 둘레가 큰 것이 특징이다. 시문마을 보호수는 줄기가 구불구불하고 넓게 퍼져 자랐다. 크게 상한 부분은 없지만, 치료한 흔적이 자잘하게 여러 군데 있다. 


비료창고였던 돌창고를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돌창고' 부근에 있다. 시문마을 보호수는 주변의 농작물을 보호하는 방풍목 역할도 하고 있지만, 당산목 역할이 더 크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홀로 계신 할머니가 많은 시골 마을에서 믿고 의지하는 지주 역할을 해온 셈이다. 


여름엔 보호수 옆 정자에 모여 더위를 식히는 마을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 소개글





남해에서 보호수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바로 이 나무였다. 지난 겨울, 남해 여행을 하다 우연히 만난 시문마을의 팽나무에 급하게 회전하여 차를 세웠다. 커다란 밑둥, 구불구불한 가지, 할아버지라 불리는 나무의 이야기. 이 팽나무를 이루는 모든 요소에 정말인지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이 나무는 한번 성목이 불에 타 밑둥만 남은 상태에서 다시 이만큼 자랐다고 한다. 불에 타지 않았다면 500년은 되지 않았을까. 이 나무는 이렇게 오랜 세월 지나며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었을까. 그리고 수많은 경우에서 어떻게 이만큼 다시 살아 남았을까. 


해안가에 위치한 탓인지 다른 팽나무에 비해 많이 구불구불한 가지를 가진 나무. 꼭 거친 바람결을 닮았다. 


나무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이 마음을 울렸다. 이 나무의 다른 계절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보호수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방문했던 남해 팽나무의 겨울 모습



남해는 군에서 한번 보호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었는지, 보호수 보존도 잘 되어 있었고, 보호수의 위치, 상태, 글 등이 정말 잘 정리되어 있어 찾기가 쉬웠다. 그래서 나의 첫번째 보호수 찾기 프로젝트는 남해가 되었다. 남해에는 정말 많은 보호수가 있었다. 총 31개였는데, 짧은 여행에 이 많은 나무를 다 둘러볼 수 없어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몇개의 나무를 골랐다. 접근성이 쉽고, 숙소나 여행 동선도 고려해야했고, 나무끼리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나무를 보는게 목적이었다. 그렇게 시문마을 팽나무, 도마마을 녹나무, 그 옆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왕버들나무, 꼭 들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했던 왕후박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보호수를 찾아보며 100년 이상 되는 나무가 대부분 남쪽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기후가 따뜻한 곳일 수록 나무의 생태가 더 보존되기 쉬운 것 같다. 그럼에도 보호수 여행을 다니다 보면 보호수임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상태가 좋지 않은 나무도 있었고, 위치를 정확하게 써놓지 않아 헤매게 된 적도 많았다. 보호수는 군이나 시에서 직접 지정하여 관리하다보니 중요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1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온 나무는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밖에 없다. 그냥 단순히 나무로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봄에 방문했던 남해 팽나무는 봄을 닮은 푸릇푸릇한 색을 띄고 있었다.  비가 알맞게 내리면 나무의 잎이 전체적으로 피고 그 해 농사가 풍년임을 알려주는 존재이자, 마을의 버팀목같은 수호자. 이 작은 마을을 여전히 할아버지로서 굳건히 지키고 있을 이 나무의 사랑스러운 봄을 기억할 수 있어 감사하다.







수종 : 팽나무

지정번호 : 남해군 12-22-3-2-1 

지정일자 : 1982년 11월 10일

수령 : 150년

관리자 : 남해군

소재지 : 남해군 삼동면 영지리 119-2번지



방문일시 2023.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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