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라고요?

남편은 실직 중입니다

by 나무그늘

“이번엔 민생회복지원금으로 1인당 최대 55만 원 준대요!”
처음엔 솔직히 설렜다.
부부와 아이 셋, 우리 가족이 받게 될 금액을 계산해봤다.
오, 생각보다 꽤 큰 금액이다 싶었다.

하지만 조금 더 알아보니, 실망이 밀려왔다.
'건강보험료 상위 10%'는 제외'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 상위 10%에 해당된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우리 집이 과연 상위 10%일까?

남편은 자영업을 하다가 몇 달 전 폐업했다.
지금은 무직이다.
나는 결혼 후 줄곧 가정주부로 지내며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제 막 초등학생인 아이 셋, 하루하루가 전쟁처럼 지나간다.

한창 사업이 잘되던 시절, 남편은 주식투자에도 손을 댔다.
내 명의로도 계좌를 열었다.
‘물타기’라며 끌어모은 돈이 이제는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주식은 마이너스고, 배당금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금융소득’으로 잡힌다.
손해를 봤는데, 오히려 소득이 생긴 셈이 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던 때, 상가 분양을 받았다.
잔금을 치르기 위해 살고 있는 집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상가는 팔지도 못하고 1년 넘게 공실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세보다 훨씬 싸게 세를 놓았다.
그렇게라도 마이너스를 줄여야 했으니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지금 ‘재산’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남편이 폐업하면서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었고,
우리 가족은 지금 지역가입자 기준 건강보험료가 45만 원 가까이 나온다.
매달 아무 소득도 없는데 말이다.

차, 집, 상가 – 다 대출로 산 건데,
건보료는 대출은 빼지 않고 자산으로만 계산한다.
수입은 없고, 대출은 남아 있는데
그 누구도 우리 삶을 ‘하위’로 보지 않는다.
그저 숫자로만 따진 현실이 우리를 ‘상위 10%’로 만든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 학원도 못 보낸다.
교육급여도 못 신청한다.
형편은 어려워졌는데, 기준은 여전히 우리를 '부자' 취급한다.
‘자산은 있는데 현금이 없는’
이 이상한 덫에 걸려 허덕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집도 있고, 상가도 있고, 차도 있고… 뭐가 어렵다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걸 다 팔아봐야 대출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
팔 수도 없다. 지금은 묶여 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지원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지 않는다.
형평성은 숫자가 아니라, 삶으로 판단해야 한다.

모든 걸 대충 하지 못하는 성격처럼,
우리는 그동안 조심스럽게, 계획적으로, 버겁게 살아왔을 뿐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 상태인데,
왜 벌을 받는 것처럼 느껴져야 할까?


소득 상위 10% 건강보험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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