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산다는 것, 나라는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내 삶이 없다, 내 인생이 없다

by 나무그늘

하루가 끝날 즈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누구였지?”

엄마로 산 지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셋 아이의 엄마로, 전담 케어 담당으로, 집안 살림 관리자이자 공부 코치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지쳐서 문득 거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습니다.
거기 비친 사람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요.


내 삶이 없다, 내 인생이 없다

아이들 밥을 차리고, 등원시키고, 공부시키고, 싸움 말리고, 치우고, 또 치우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내 시간’이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친구와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사치가 됐고, 혼자 조용히 책 한 장 넘길 틈조차 허락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성장을 도우면서도
가끔은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뭔가 더 여유 있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렇게 끝없이 고된 걸까.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이들인데, 왜 이렇게 지치고, 무너지는 걸까.


셋 아이, 셋의 공부…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요즘은 아이들 공부까지 제가 책임지고 있어요.
학원은 사치입니다.
학원 한두 군데 보내면 다른 아이들의 학원비만큼, 셋이 되면 그건 현실적으로 감당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저녁이 되면 식탁에 셋을 앉혀놓고 같이 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세 명을 동시에, 각자의 진도를 맞춰가며 집중하게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막내는 옆에서 그림 그리고 있고, 둘째는 문제 한 줄 풀고 딴짓하고, 첫째는 슬쩍 휴대폰 쳐다보는 식이에요.
한 명이라도 속도를 내주면 좋겠는데, 느릿느릿 밥도 꼴찌, 숙제도 꼴찌, 행동도 꼴찌.
애들은 귀엽지만, 효율은 정말 바닥입니다.

공부할 건 많은데 진도는 안 나가고, 결국 하루 종일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며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면, 늘 죄책감만 남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을 너무 몰아붙였나, 또 소리만 질렀네.”


남편은 내 편이 아니다

공부에 대해서는 참견하지만, 정작 가르치는 일에는 손도 안 댑니다.
학원 안 보내면 큰일 나는 줄 알지만, 현실적인 부담은 오롯이 저에게만 남습니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기대는 크고, 내 편은 아니라는 느낌이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부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는데, 우리는 각자 다른 시간표 위에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를 셋 낳고 키우며, 나는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좋은 쪽이 아니라, 사라진 쪽에 가깝습니다.

이름보다 '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해졌고,
내 취향은 온데간데없고,
나라는 사람은 온전히 아이들의 일정과 감정에 매몰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냅니다.

때때로 생각합니다.
"나는 대체 누구였을까?"
한때는 커리어도 있었고, 좋아하는 것들도 있었고, 나만의 세계가 분명 존재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희미합니다.


그래도, 나는 매일 다시 일어선다

어느 날은 정말 끝장이다 싶을 정도로 무너지고,
어느 날은 갑자기 애들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핑 돌고,
그렇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매일 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이 되면 다시 일어섭니다.
다시 밥을 차리고, 옷을 챙기고, 문제집을 펴고, 아이들의 하루를 돕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이 자라날 하루하루는
지금 나에게도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니까요.


마무리하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이들이 “엄마~”를 외치며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온전한 나만의 시간은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마음의 조각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아주 작은 외침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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