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투고 원고를 읽어보기는 합니까?

by 김선준

1. 출판사는 투고 원고를 읽어보기는 합니까?


"출판사는 투고 원고를 읽어보기는 합니까?"는 예비 저자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원고는 책으로 나오기에 충분한 내용을 갖춘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지만, 투고를 수십 곳에 해도 막상 돌아오는 답변은 늘 반려의 메일.

처음 서너 번은 '그렇겠지. 당연히 서너 번 만에 계약할 수는 없겠지. 좀 더 보내보자'라고 생각하지만, 투고하고 반려당하는 출판사의 수가 늘어날수록 '아 답답해. 나는 언제쯤 출판사와 계약하고 책을 낼 수 있을까?', '도대체 내 원고는 뭐가 부족한 걸까?' 이런 마음이 나중에는


'원고가 문제가 아니라 저자가 무명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내 원고를 읽어보지도 않는 거 아니야?', '유명한 사람만 계약하고 무명 저자의 원고는 읽어보지도 않는 게 틀림없어.'... 등 의심, 분노, 회의의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이 '내 원고'가 아닌 '남 탓'(무명이라서, 출판사가 원고를 읽어보지 않아서 등 외부요인)인 것으로 단정 지어 버리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출판사는 당신의 투고 원고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 탓(문제의 원인을 내 원고가 아닌 외부요인)으로 결론을 내리면,
그 순간 책 출간의 가능성은 0(제로)이 됩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이유 '유명 저자를 선호하기 때문에'는 전혀 배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닙니다. 당연히 인지도가 있고, 셀링파워가 있는 저자면 훨씬 유리하겠지요. 하지만 꼭 유명 저자만 책을 내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조금 불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인한 문턱이 넘지 못할 정도로 높진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명 저자의 원고가 매일 계약이 되고 있고, 매일 책으로 출간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팀은 작년 한 해 23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그중 9권이 무명 저자 혹은 메일로 들어온 투고 원고에서 발굴한 도서였습니다. 올해도 1/4분기에 3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그중 1권은 처음 책을 내신 무명 저자였습니다. 정책적으로 신규 저자 발굴을 몇 퍼센트 해야겠다..라는 식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저희 팀은 평균 3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팀마다 성향이 다르고, 에디터나 출판사마다 성향이 달라서 이 수치를 평균화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 팀의 신규 저자 발굴 비율이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긴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처음 이야기했던 ‘유명 저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내 원고는 읽어보지도 않는 거 아니야?’라는 의문을 품고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내 원고의 출간 가능성은 0(제로)이 된다는 것입니다. ‘나는 무명이라서 어떤 출판사도 안 받아 주나 봐’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원고는 무엇이 부족한 걸까?’를 고민하시면 분명 출판으로 향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현장에서 느껴보니 소위 ‘되는 원고’는 출판사 20~30곳에 원고를 보내면 최소 2~3곳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옵니다. (이 부분은 뒤쪽에서 좀 더 자세하게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많은 분이 이렇게 반문하십니다.


“그렇다면 내 원고는 왜 수십 번이 넘게 반려만 당하는 건가요? 이런이런 별 가치도 없는 글도 책으로 나오는데, 이런이런 책들보다 내 원고가 훨씬 좋은데요….”


이 질문 역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책으로 나오기에는 아직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책은 하나의 상품입니다. 단순히 글이 좋다고, 담은 메시지가 좋다고 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조금 비정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좋은 글은 이미 넘쳐납니다. ‘좋은 글’ +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무언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품성이겠지만, 반드시 ‘무언가’=‘상품성’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_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출판 #저자발굴 #투고원고

*하나의 원고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책으로 만드는 시각은 출판사마다 다르고, 한 출판사 안에서도 에디터마다 다릅니다. 그러기에 위의 글은 출판사의 공통된 시각 혹은 다산북스라는 출판사의 시각이라기보다 무수히 많은 출판사와 에디터 중 김선준이라는 한 명의 에디터의 시각임을 말씀드립니다. 절대적 기준으로 생각지 마시고, ‘아 저런 로직으로 원고를 바라보고 생각하는구나’라는 여러 가이드 중 하나로 받아들여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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