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매화마름 람사르습지 탐방기
지난 주말 드디어 강화에 있는 람사르 논 습지로 협약된 매화마름 습지에 다녀왔다. 작년 초 매화마름 보겠다고 담당자에게 연락을 한 후 "매화마름은 5월 중순에 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3개월을 기다렸었다.
그 후 5월 중순에 그 담당자로부터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하지만 대답은 절망적이다.
"올해는 매화마름을 보기가 힘들게 되었어요. 매화마름이 피지 않았어요"
"올해는 아무래도 보기 어렵습니다"
3개월 여를 기다렸던 매화마름을 볼 수가 없다는 말에 아쉬움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일 년을 더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바쁘게 지내던 4월 말 경 정말 고마운 연락을 받았다.
"올해는 매화마름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5월 중순에 매화마름 보러 갈 예정인데 같이 가시죠"
꺅!! 기다리던 매화마름을 만날 수 있단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 없이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를 해버렸다.
지난 2025년 5월 18일 매화마름을 찾아갔다. 처음 만나는 일행들 사이에 끼어 매화마름 탐방길에 올랐다. 매화마름은 놀랍게도 자주 다니던 강화의 도로변에 있었다.
'이런 이런, 이리 가깝게 있던 녀석이 그리 애를 태웠다니'
그 순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찾아보지 않은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전날 내린 많은 비로 인해서 습지 안의 물은 찰랑찰랑 충분하였다.
매화마름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논으로 가기까지는 지자체에서 관람로를 잘 조성해놓았다. 잘 마련된 관람로를 따라 걸으면서 눈을 부릅뜨고 매화마름을 찾았다. 드디어 리더인 노형래 대표의 손끝을 따라 겨우 작디작은 매화마름을 찾아냈다.
매화마름을 본 첫인상은 '응?...에게게?.. 겨우?'였다. 눈을 씻고 봐야 겨우 보이는 쌀알 만한 작은 꽃이 몇 개 듬성듬성 피어있을 따름이었다. 이것으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노형래 대표는 수로를 따라 논길로 안내했다. 전날 내린 비로 가는 길이 질척이고 험해도 일행은 모두 감수했다. 드디어 수로를 따라 들어간 논에서 매화마름 군락을 보게 된 것이다, 바로 눈앞에서 말이다. 관람로에서 다소 떨어진 멀리서 볼 때와 달리 바로 눈앞에 펼쳐진 매화마름은 선명하고 맑고 하얀 작은 꽃이다. 그야말로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그 자체다.
아주 작은 5개의 하얀 꽃잎과 물속에서 부영 하는 줄기, 지름이 1cm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꽃, 그리고 길어야 3cm 정도 되는 물속 줄기를 가진 앙증맞은 매화마름을 드디어 조우했다. 한동안 말을 잊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미나리아재비과의 매화마름. 꽃은 매화를 닮아있고 줄기는 붕어마름을 닮아 매화마름이라 불려진다.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취급을 당하던 수초였다고 한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 전국 논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매화마름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자 다시 이를 찾아 나선 뜻있는 자연생태학자와 환경단체들에 의해서 1987년 강화에서 재발견되었다. 이후 1998년 매화마름은 멸종 위기 2종 생물로 분류되어 보존되었다. 200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지역 주민들의 모금으로 확보한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를 시민유산 1호로 확보하였다. 이어 드디어 2008년에는 한국최초 논습지로 람사르 등록을 이루어 냈다.
논은 쌀을 경작하는 곳으로써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며 자연과 사람을 함께 살게 하는 터전이다. 논에서 벼와 함께 시간차 공생관계를 가지고 사는 매화마름은 벼와 한 논에서 살면서 유기질 소순환이 이루어짐으로써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벼를 잘 살 수 있게 한다.
매화마름이 인간과 유익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작고 예민하고 여린 매화마름 자체가 오염의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매화마름이 살 수 없는 곳은 인간도 살기 어려운 오염된 환경이다라는 반증이라는 점이다. 매화마름이 건강하게 생존하여 5월에 꽃을 피우는 것이 곧 인간에게도 좋은 환경인 것이다. 인간과 매화마름이 서로 조우하며 공생할 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귀하고 소중한 매화마름을 올해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희열을 맛보았다. 벅차다, 내년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빌어본다. 매화마름을 만난 그 순간을 적어가노라니 아직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