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月紋酒를 달무늬주라고 칭한다 했더니, 멀리 있는 친구가 이름부터 호사롭다고 한마디 거든다. 사실 삼양주에 월문주라는 이름을 붙였었는데 단양주가 자주 빚게 될 형편이어 이쪽 이름으로 정한다. 예전 삼양주는 한가위 전후에 만난 이정보의 가사에 붙인다. 이름하여 완월장취翫月長醉를 거두어 '완월주翫月酒'라고 하고 '달벗주'라 부른다.
그리하여 단양주의 완월주, 석탄주에 빗댄 이양주인 월탄주月呑酒, 삼양주의 완월주까지 진용을 갖춘다. 여기에 생쌀발효주인 '월생주月生酒'까지 더한다. 월생주는 '달낯주'로 부른다. 네 가지 종류의 발효주가 '월문백화月紋百話'의 진면목으로 자리한다.
오늘 거르면서 맛을 보니 애초에 물의 비율을 고려하여 두 번 조치 하지 않겠다는 발효 방법이어서 먹기에 적당한 알콜도수를 지녔다. 아직 저온숙성을 거치지 않은 맛이었지만 그런대로 입 가장자리에 오래도록 그리움을 머금게 하는 힘은 가졌다. 여태 은은하게 막걸리의 기운이 기분 좋게 번진다.
곳 픠면 달 생각하고 달 밝음면 술 생각하고
곳 픠쟈 달 밝쟈 술 엇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곳 알래 벗 달이고 완월장취翫月長醉하련요
-이정보李鼎輔(1693~1766), 동시대 김수장의 "해동가요"에 실린 시조
이번 한가위 덕담으로 완월장취하라는 말로 교신한다. 벗과 함께 달을 가지고 놀면서 오래도록 취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다. 막상 달을 벗삼는 일과 취하는 일은 가능하건만, 벗을 구할 수 없었고 오래 마실 수 없었음이 현실이었다. 그래도 미리 만들어 놓은 월문주를 맛보면서 한가위 연휴의 끝날을 꿈결같은 목넘김과 술향에 젖어 흐뭇함이 생겼으니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흥취에 젖는다. 만족스러운 하루를 연다.
완월장취만큼 낙목한천이나 오상고절도 시조창에 많이 나온다. 이또한 이정보의 가사인데, 국화를 노래하는 시이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였는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나뭇잎 떨어지고 하늘 공기 찰 때 거만한 서리와 높은 절개를 뽐내는 국화의 기개를 노래하는가 하면,
어젯밤 자고 간 그놈, 아마도 못 잊을거야.
기와장의 아들이었나 진흙을 반죽하듯이, 뱃사공의 손재주였나 노 젓듯 하듯이,
두더지의 아들이었나 곳곳을 파헤치듯이, 평생에 처음이요 흉중에서 야릇해라.
전후에 나도 무던히 겪었으되 참 맹세하지, 간반 그놈은 차마 못 잊을까 하노라.
영조 때 수원부사를 지내고, 대제학을 지낸 명문가인 이정보의 풍자적인 시조가 노골적인 표현으로 거침없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