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에 채찍질-주마가편

편책이란 채찍으로 격려하고 기념하는 나무

by 온형근

못본 척 해주어야 할 때가 있다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교정에 말채나무 3그루가 나란히 자라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식당으로 향하면서 말채나무가 심어진 곳을 지난다. 경계석으로 화단을 만들어 3그루의 말채나무를 둘러 놓았으나 상관없이 그 위를 밟고 지난다. 짧은 시간에 점심을 먹고 자신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기 위해 앞줄에 서야하는 그 입장을 생각하면서 자꾸 외면한다. 어쩌면 그 왁자한 기운 앞에 나무 밑을 밟지 말라고 할 여력이 내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줄 서서 입장하는 일상의 질서 습관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말채나무 3그루는 매일 그렇게 딱딱하게 밟히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주변이 고압블록포장으로 투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채나무의 뿌리는 학생들이 밟고 선 나무 밑줄기 부분보다 훨씬 멀리 퍼져 살아가는 데 지장 없게끔 적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5-6월의 나뭇가지에 가득 피어나 무거워 보일 정도의 말채나무 꽃을 학생들이 한번씩 쳐다 봐준다면 나무는 행복할 것이다.

용주사보_말채나무.jpg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를 편책하며 빛내는 말채나무

오래된 나무의 의젓하여 우아한 태를 본다


말채나무는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감나무의 수피처럼 그물같이 갈라지는 회갈색 수피가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다. 물론 이렇게 갈라지려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여야 한다. 지금은 꽃이 지고 열매가 작게 맺혀 있다. 사진을 찍어 둔다. 지금 열매의 색은 청색이지만 서서히 보라색이 가미되면서 이런 저런 빛깔을 낸다. 그러다가 검정색으로 되면 열매가 완숙된 것이다. 콩알같이 작은 열매들이 꽃이 피었던 그 무게감을 그대로 이어 원반 모양으로 매달린다. 꽃이 피었을 때는 벌이 날아온다. 밀원식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열매가 맺히면 이번에는 수많은 새들이 찾아온다.

DSC_3297.JPG 오래된 말채나무의 수피는 회갈색으로 감나무처럼 그물무늬로 갈라져 우아하다

학교에 심은 말채나무는 편책鞭策의 의미


학교 기숙사 앞에 심어진 나무이기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가을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또 한 번 행복할 것이다. 이때 열매를 채취하여 정선하고 바로 파종하거나 노천매장하였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나무를 번식시킬 수 있다. 올해는 말채나무 열매를 채취하여 말채나무 묘목을 생산할 수 있도록 마음에 점 하나 찍는다.

충북 괴산의 사리면 사담리에는 520년 된 말채나무가 있다. 옛날 단양 우씨가 후손의 번영을 위해 수구수水口樹로 마을 앞에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 뜻은 편책鞭策, 즉 채찍질한다는 뜻으로 후손에게 격려의 뜻을 함축시켜 기념한 것이다. 환경적으로 마을을 오래도록 평안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깊은 뜻을 가졌다. 후손들에게 살아가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하라는 의미의 채찍질을 안겨주기도 한다. 요즘 학교에 말채나무는 그런 의미로라도 넓은 식재 공간에 독립수로 크게 자라도록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나무가 마을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거나 좋은 기운이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는 수구맥이 나무이듯, 학교에도 나쁜 기운을 막고 좋은 기운을 품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DSC01315.JPG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기숙사 앞(지금은 1주를 이식하여 더 넓은 곳에 옮겨심고 2주만 남음)

학교의 수구맥이 식재를 생각한다.


예전에는 마을의 안녕을 해치는 요소로 물의 위협이 가장 두려웠다. 물의 범람은 곧 수재로 이어진다. 이를 막고 자연재해를 일정한 풍수 원리로 보호하는 기능이 수구맥이다.

수구맥이의 유형은 마을 어귀에서 수구水口를 막고 허한 기운을 보하는 것이다. 도참사상과 풍수사상의 맥락을 지녔다. 비보풍수설에 의해 자연적인 기운을 일정하게 방비하고, 서로 융합하고 조화하도록 하는 것이 수구맥이의 기본적인 양상이다. 이러한 형태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장승, 벅수, 사찰, 탑, 절, 연못 등으로 다양하게 널리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말채나무070206_007.JPG 학교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좋은 기운을 머물게 한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사례로 추정되는 전남 장흥군 가지산 보림사 장생탑비, 전북 익산시 동고도리의 수구막이, 전남 영암군 월출산 기슭의 국장생과 황장생, 전북 남원시 만복사지의 석장승 등은 비보풍수의 산물이다. 조선시대에는 남원시 실상사의 돌벅수, 나주시 운흥사와 불회사의 돌벅수, 무안군 법천사의 돌벅수, 해남군 대흥사, 순천시 선암사의 목제 호법신장 등이 대표적이다. 마을신앙에서 이를 중시하고 수구맥이를 내세우는 것은 이러한 각도에서 의의가 있다.


말채나무는 내적인 충실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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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채나무는 조선송양이라 하여 우리나라 원산임을 밝히고 있다.(대교, 눈높이대백과, 朝鮮松楊,Korean dogwood , http://newdle.noonnoppi.com/)

말채나무는 봄에 한창 물이 오를 때 가느다랗고 낭창낭창한 가지가 말채찍으로 적합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말이다. 잘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있다면 더욱 박차를 가하여 그 현실을 꿈으로 이루어지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달리고 있고 채찍을 가하고 있음에도 이것이 꿈을 이루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또한 얼마나 슬픈가.

DSC01312.JPG 말채나무 꽃은 잎이 많은 몸체에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말이 있다. 겉은 화려한데 속은 텅 비어 가난하니 그 속은 어찌나 쓰릴까. 18세기 조선의 실학 정신은 어디로 갔을까. 시대가 수없이 변하고 발전하였다. 오히려 귀한 사상의 정신과 혼은 뒷걸음치고 있는 건 아닌지. 표현 방식에는 보여주는 것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형식과 내용이며, 미적인 것과 기능적인 것과의 차이다. 어쩌면 이 시대가, 보여주는 형식에 치우치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보여주는 형식으로 달리고 있는 데 채찍을 가하고 있다면 다시 말을 세우고 왜 채찍질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말채나무는 층층나무과에 속한다

남부 수종인 식나무

예수님이 이 나무에서 운명하였다는 산딸나무

주변의 누구에게도 자리를 넘겨주지 않고 굳건하게 층을 이루며 자라는 층층나무

관목이며 흰 눈이 왔을 때 빨간 줄기가 돋보이는 흰말채나무

겨울의 새빨간 가지가 아름다운 곰의말채

황금색 꽃이 피는 산수유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는 말채나무

꽃이 필 때 순백의 잔치에 아연 눈부신

밀원식물이 말채나무다


까만 열매를 매단 빨간 가지와 푸른 잎


초여름 작은 꽃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커다란 꽃의 덩어리는 온 나무를 덮어서 지극히 아름답다. 말채나무 잎이 꽤 크고 많아도 꽃이 기세에 뒤지지 않는다.

가을에 검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새들의 천국을 만든다. 까만 열매를 매달고 있는 열매의 가지가 붉은색이어서 잎과 함께 제대로 어울려 빼어나다. 말채나무와 층층나무는 전체적인 수형을 보았을 때 쉽게 구분된다. 층층나무는 가지가 층을 둥글게 이루면서 위로 자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고르게 가지를 뻗으며 자라는 말채나무와 구분된다. 무엇보다도 말채나무는 층층나무에 비해 측맥이 3~5쌍으로 적으며 잎과 가지가 마주나게 달린다. 이를 대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층층나무는 잎이나 가지가 어긋나게 달린다. 그래서 호생이라고 한다. 겨울에 말채나무의 소지는 붉어지지 않으나 층층나무의 소지는 붉어진다. 곰의말채나무에 비해서는 잎이 넓고 나무껍질이 그물처럼 갈라지는 점이 다르다.

DSC_3322.JPG 말채나무 열매가 빨간 가지와 푸른 잎에서 어울린다

최근에 이 말채나무가 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특허정보원에 출원한 말채나무 건강음료가 그것이다. 적당하게 파쇄한 말채나무와 율무 등으로 체지방 분해 작용과 이뇨 작용에 착안해 다이어트, 비만 방지, 항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출원 내용이다. 심지어는 인터넷 제천 한방 쇼핑몰인 ‘건강보감’에서는 [S라인 한방차]라고 하여 자연산 빼빼목(신선목)이라는 이름으로 [빼빼목슬라이스A 600g] +[빼빼목잔가지600g] +[감초70g]으로 50팩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빼빼해진다는 바로 그 나무 빼빼목', '신선과 같이 몸이 가벼워진다는 바로 그 나무 신선목'이라는 광고 문안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같이 말채나무는 신선목, 빼빼목, 피골목, 홀쭉이나무, 뫼조나무, 설매목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운다. 그 효과에 대하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독성이 없고 요오드 성분이 많은 편이어서 전통차로 쓴다고 전해진다.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이 많은 것을 보면 사람과의 친분도 두텁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말채나무070206_011.JPG 말채나무 겨울 가지

생약명으로는 모래지엽毛棶枝葉라 하여 가지와 잎으로 칠창漆瘡을 치료한다. 칠창은 고난 체질이 옻에 약해 옻 기운만 받으면 부스럼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살갗에 닿으면 갑자기 후끈후끈 달아 오르고 가려우며, 작은 두드러기나 물집이 생기며, 긁어 터뜨리면 짓물러 진물이 흐르고, 심하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다. 옻독이 올라 생기는 피부병으로 칠교漆咬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