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지키면서 사는 사람은 한 때 적막하지만
前集_001, 그 일의 바깥과 자신의 뒤를 보라
도리를 지키면서 사는 사람은 한 때 적막하지만
권세에 의지하여 아첨하는 이는 영원토록 처량하다
깨달은 사람은 사물의 밖에 있는 사물을 보며
자신의 뒤에 있는 자기를 생각한다
차라리 한 때의 적막함을 겪을지라도
영원히 처량함을 당하지 말라.
棲守道德者, 寂寞一時. 依阿權勢者, 凄凉萬古.
서수도덕자, 적막일시. 의아권세자, 처량만고.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달인관물외지물, 사신후지신,
寧受一時之寂寞, 毋取萬古之凄凉.
영수일시지적막, 무취만고지처량.
001.觀物後身
001.관물후신
[차인 생각]
차 마시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예부터 게으른 사람은 차를 마실 수 없다고 했다. 일단 차생활을 하는 사람은 부지런하다는 이야기다. 부지런한 사람이기에 겁이 난다. 부지런한 사람은 세상의 이치에 밝다. 그럴 수밖에, 남보다 시간을 쪼개고 살기에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만나고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세상이 녹록해 보일 수 있게 된다. 쉽게 권세와 손잡을 수 있는 시야가 트인다. 오히려 부지런해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려 든다. 보이지 않는 적막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차인은 조금씩 게으름도 지녀야 한다. 차 마시는 일이 왠지 싫을 때는 멀리 두어도 된다. 그럴 때 사물의 밖에 있는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내 몸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몸 바깥에 있는 나를 떠올릴 수 있다. 가끔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이 차를 마시는 일이든, 차를 멀리 두는 일이든. 그것이 적막한 일이든 처량한 일이든. 늘 변함없이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일에서 차인의 위치를 정해야 한다.
2011. 1월 3일. 온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