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형근 Feb 07. 2017

채근담 차인002, 차라리 소박하고 소탈하라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경험이 깊지 않을수록

前集_002, 차라리 소박하고 소탈하라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경험이 깊지 않을수록

그만큼 때 묻지 않을 것이고,

세상 일에 경험이 깊을수록

남을 속이는 인위적인 재주 또한 깊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능란하기보다는 차라리 소박하여 진실한 것이 낫고

치밀하기보다는 오히려 성기고 엉성하여 소탈한 편이 낫다.


涉世淺, 點染亦淺. 歷事深, 機械亦深.

섭세천, 점염역천. 역사심, 기계역심.

故君子 與其練達, 不若朴魯. 與其曲謹, 不若疎狂.

고군자 여기연달, 불약박로. 여기곡근, 불약소광.

002.朴魯疎狂

002.박로소광


[차인 생각]

세상 일을 꼭 그렇게 자로 잰 듯 나눌 수 없다. 굳이 나눈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섭세라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다. 누구나 섭세의 운용에 놓여 있다. 어떤 방식이든 자신에게 세팅된 방식으로 섭세를 한다. 차인의 섭세에는 매일 차생활이라는 우직한 행위가 함께 한다. 차를 통하여 고요의 시간과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의 화려함을 끄집어 구겨내고 찢어내어 다시 질박하고 노둔함으로 재탄생시키는 시공간이다. 차생활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이다. 경력이 우선되지 않고 얼마나 때 묻지 않았는가를 따져 볼 일이다. 화려한 기세로 압도하지 않고 편안한 기운 감돌게 소박하여야 한다. 철저하여 숨 막히게 하는 게 아니라 성기고 엉성하나 얽매이지 않은 자유인의 맑은 바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바람에 쐬여 불그스레한 볼로 서로를 마주 보며 좋은 기운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얕고 깊음이 때 묻지 않음과 인위적 재주로 짜여 있고, 연달과 곡근이 박로와 소광으로 마주한다. 어쩌면 차인에게는 능란함과 치밀함보다 소박함과 소탈의 경지가 더 어렵지 않겠는가.


2011. 1월 5일. 온형근

매거진의 이전글 채근담 차인001, 그 일의 바깥과 자신의 뒤를 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