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03, 마음은 환하게 재주는 깊게

참된 사람의 마음은 하늘처럼 푸르고 태양처럼 밝게 하여

       

前集_003. 마음은 환하게 재주는 깊게


참된 사람의 마음은

하늘처럼 푸르고 태양처럼 밝게 하여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재주와 지혜는

옥돌이 바위 속에 박혀 있고,

진주가 바다 깊이 잠겨 있는 것처럼

남들이 쉽게 알지 못하게 하라.

君子之心事, 天靑日白, 不可使人不知.

군자지심사, 천청일백, 불가사인부지.

君子之才華, 玉韞珠藏, 不可使人易知.

군자지재화, 옥온주장, 불가사인이지.

003.玉韞珠藏

003.옥온주장


[차인 생각]

차인에게 마음이 있다면 이와 같은 것이다. 명경지수. 깨끗한 마음이다. 차의 맛이 물에 달려 있듯이, 차인의 품격 역시 마음속에 푸르고 밝은 기운이 얼마나 고르게 살펴져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푸른 하늘과 밝고 맑은 햇살은 인자스러움에 기인한다. 차인! 하고 떠올리면, 맨 먼저 인자함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러나 세상 일이 얼마나 마음과 다르게 거래되는가. 인자함 역시 고르게 펼쳐져야 하는데, 인자함이 어느 날 인내심과 동일한 의미가 되더니, 가식이 아닐까 하는 제 성정과 만난다. 차인의 마음으로 다스리는 생활이 그만큼 보호받지 못하는 게 세상의 풍속이고 관계다. 모든 관계는 주고받는 일로 모셔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사회의 건강성은 의사소통이 봄 햇살처럼 따사로울 때 푸르고 밝아진다. 차인의 마음에 달구어 둔 인자함은 정성스러운 차생활에서 세포를 얻어 몸을 이루어 간다. 그러고 보면 인자함도 형형색색 제각각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차인에게 인자함은 그렇게 크기와 모양과 색깔을 달리하며 드러나는 분위기다. 차를 마시는 순간과 그 행위 자체에서 입가에 편안한 미소가,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형국이다. 내가 너에게 그리고 당신이 나에게 서로 따사로운 기운을 나눌 수 있는 드러냄이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격식에 얽매여 우릴 때의 온도를 다시 각인시키고, 차의 좋고 나쁨에 대하여 갑론을박하고, 차와 차도구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저 그 지식이 지혜가 되어 차인의 심연에 박혀 있고, 잠겨 있으면 된다. 누가 보아도 그윽하면 충분하다. 보이는 것도 저절로 우려 나와야 하고 감춰지는 것도 저절로 그러할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차를 우려 보면 늘 그러하지 않았던가.


2011. 1월 6일. 온형근

매거진의 이전글 채근담 차인002, 차라리 소박하고 소탈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