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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04, 권모술수 알면서도

권력과 명예 같은 세력, 이익과 화려하게 꾸민 사치를

前集_004. 권모술수, 알면서도 


권력과 명예 같은 세력, 이익과 화려하게 꾸민 사치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여 고결하다.

혹여 이런 것들과 늘 가까이하더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한결 더 깨끗하다.

잔재주와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를 알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기상이 높은 사람이라 더욱 귀하게 여긴다. 


勢利紛華, 不近者爲潔. 近之而不染者爲尤潔.

세리분화, 불근자위결. 근지이불염자위우결.

智械機巧, 不知者爲高. 知之而不用者爲尤高.

지계기교, 부지자위고. 지지이불용자위우고. 

004.不染不用

004.불염불용


[차인 생각] 

어느 분야이든 각종 일화를 생산하는 사람이 있다. 웃지도 꾸짖지도 못하게 하는 상황이다. 그가 없었으면 분위기가 좀 더 나아질 것 같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가 없어졌을 때 환호한다. 천만의 말씀, 그 사이에 그를 대체하는 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다. 지구의 중력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나 그 역할을 대신한다. 무슨 인연처럼, 시킨 것도 부탁한 것도 아닌데 나타난다.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의 출현이 이와 같다. 아무리 듣기 싫어해도 주변에서 새로운 얼굴로 그 자리쯤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출현한다. 일종의 역할론이다. 집단이 형성되면 집단 내부의 위계적 역할이 암묵적으로 조성된다. 차회는 차인이 차를 마시며 차담을 나누기 위해 모이는 자리다. 집단이고 조직일 수 없다. 끽다에서 생성되는 절정감의 단계를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나누는 자리이다. 각각의 차인마다 끽다의 느낌 정도의 차이가 있다. 본인 혼자 판정 내기 어려운 끽다의 경지를 알기 위하여 차인이 함께 하는 자리는 중요하다. 차인들 스스로 묻고 대답하며 자신의 차 공부 단계를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리이다. 그리하여 참으로 순수하고 고결한 자리다. 이런 고결한 자리에 멀리할 것이 있다. 권세와 재물, 명예와 사치에 관련된 이야기를 삼가야 한다. 이런 것들을 행세할 만한 위치에 있더라도 물들지 않은 모습이어야 한다. 차인이 경계해야 할 첫 번째 덕목이 세속적인 있고 없음, 많고 적음에 대한 인식을 내려놓고 비워야 하는 일이다.  권세는 횡포와 닿아 있고, 재물은 욕망을 생산한다. 명예는 거만과 친구하고 사치는 허영과 애인이 된다. 또한 차인은 잔꾀와 권모술수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잔꾀와 권모술수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긴 호흡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에서 물들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게 차인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자신의 차가 어떤 맛인 줄 알고 있어야 하듯, 상대방이 짧은 호흡인지, 긴 호흡인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권세와 화려함, 권모술수 따위가 영원할 수 없다. 늘 경계하여 차인의 마음공부를 돈독하게 할 일이다. 언제나 어느 곳이나 항상 나타나는 것들이고,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스스로 경계할 일이다. 


2011년 1월 8일 재작성.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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