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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05, 기쁘고 즐거울 때 내려 본다

귀로는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前集_005. 기쁘고 즐거울 때 내려 본다

 

귀로는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는 항상 마음을 동요시키며 흔드는 일을 지녀라.

그래야 비로소 덕을 떠올리고 행실을 바로 가게 할 숫돌을 찾는다.

만약 말마다 귀에 기쁘고

일마다 마음을 상쾌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곧 인생을

무서운 독극물 속에 파묻는 것과 같다.

 

耳中常聞逆耳之言, 心中常有拂心之事,

이중상문역이지언,심중상유불심지사,

재是進德修行的砥石.

재시진덕수행적지석.

若言言悅耳 事事快心, 便把此生, 埋在짐毒中矣.

약언언열이 사사쾌심,편파차생,매재짐독중의.

 

005.逆耳拂心

005.역이불심


[차인 생각] 

기쁘고 즐거운 일에 처했을 때 바닥을 생각한다. 좋은 것은 늘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것이 아홉 일 때, 괜찮은 것 하나가 생성된다. 아무리 귀에 즐겁고 마음에 상쾌한 일을 만난다고 해도, 곧 거슬리는 일과 만날 것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순환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달할 때, 자신을 잃게 된다. 열에 아홉이 마음을 흔들어 동요시키는 것이니 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나를 거슬리게 하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로 숫돌을 삼으라 한다. 마치 차인이 차를 통하여 숫돌을 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을 낫게 하고,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을 맑게 한다. 매일 즐거울 수 없다. 그리하여 세상의 온갖 기호가 춤을 춘다. 기호는 상대적이다. 사람마다 선호의 정도와 가짓수와 종류가 다르다. 그러나 자극적일수록 독이 된다. 그 속에 자신을 파묻게 된다. 은은하여 오래도록 그윽해질 수 있는 기호가 있다면 그게 차인의 차생활이다. 차인이 매일 일상에서 걷어 올리는 맑고 청아한 찻물과 주옥같은 차담은, 마음 흔들며 귀에 거슬리는 세상사를 갈아 내어 절제로 빛나게 한다. 잠깐 왔다 떠날 달콤한 세상에 집착하느니, 차의 잔잔한 쓴맛을 음미하며 거슬리고 흔들리는 세상을 관조한다. 그래야 차인이다. 덕과 행실을 갈고닦는 숫돌을 음차로 대신한다. 차인이 일상에서 차를 마시지 않는다면 수행자가 매일 잠만 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011년 1월 20일.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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