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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06, 좋은 날 기뻐하는 마음

무섭고 세찬 바람과 성난 빗줄기에는 짐승과 새들도 불안에 떨고

前集_006. 좋은 날 기뻐하는 마음 


무섭고 세찬 바람과 성난 빗줄기에는

짐승과 새들도 불안에 떨고,

개인 날씨와 맑은 바람에는

초목도 싱그러우니.

천지에는 하루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라도

기뻐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 


疾風怒雨, 禽鳥戚戚. 霽日光風, 草木欣欣.

질풍노우, 금조척척. 제일광풍, 초목흔흔.

可見天地不可一日無和氣, 人心不可一日無喜神.

가견천지불가일일무화기, 인심불가일일무희신. 

006.和氣喜神

006.화기희신.  


[차인 생각] 

차인은 화기和氣를 지녀야 한다. 늘 그 주변이 봄바람같이 부드러워야 한다. 이게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차인이 되는 일은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함께 한다. 화기는 따뜻하고 화창하여 온화한 기색을 만든다. 차인이 만드는 화목한 분위기는 곧 세상을 화기로 채색하는 일이다.  화기가 가득한 세상은 모든 것에 느긋해진다. 평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 태평하고 느긋한 기운이 감돌 때 평화가 스민다. 질풍 노우에는 누구나 불안하다. 그러나 제일 광풍에는 어찌 화사해지지 않을까. 현대를 사는 방식은 일에 몰입되어 그 일에 치이는 형상이다. 그 와중에 느긋한 사람을 보면 딱하다. 어찌 저리 태평 무사일까. 어떤 일을 함께 할 때, 태평 무사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것이다. 그래서 얼굴이 질풍 노우처럼 변한다. 화난 얼굴이다. 일 옆에서 태평 무사한 사람의 얼굴은 제일 광풍인데. 이럴 때 스트레스로 시달리면 일 자체의 동력과 성취가 무력해진다. 그러니 차를 마시면서 온화한 기운을 되찾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온화한 기운이 있다. 다만 끄집어 내 사용하지 않다 보니 없는 것처럼 행세하게 된다. 차를 마시면 그윽하고 현묘한 생태에 이를 수 있다. 불안과 즐거움은 맞닿아 있다. 천지에 화기가 있어 제 스스로 운행되는 질서를 지녔듯이, 사람에게도 기쁨이라는 화기가 있어 평화롭고 행복한 것이다. 차를 마시면서 기쁨이라는 화기를 마음에 담을 때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날 괜히 기뻐하는 마음이 충만해지듯 내 안에 즐거운 마음을 지니면 모든 것이 정다워 보인다. 내 안의 마음부터 살펴볼 일이다. 마음 살피는 일에 차 마마는 것보다 좋은 것은 또한 없다. 


2011년 1월 22일.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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