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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07, 담담하고 평범하여 떳떳하다

진한 술과 기름진 고기, 맵거나 단 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前集_007. 담담하고 평범하여 떳떳하다 


진한 술과 기름진 고기, 맵거나 단 것은

참다운 맛이 아니다.

참다운 맛은 그저 담담할 뿐이다.

신기하고 뛰어나며 남다르다는 것이 곧

인격이 아주 훌륭한 경지의 사람은 아니다.

인격이 아주 훌륭한 경지의 사람은 오직 평범하고 떳떳한 자일뿐이다. 


농肥辛甘非眞味. 眞味只是淡.

농비신감비진미. 진미지시담.

神奇卓異非至人. 至人只是常.

신기탁이비지인. 지인지시상. 

농=酉+農 

007.是淡是常

007.시담시상.  


[차인 생각] 

뒤얽혀 있다. 혀가 꼬여 맛을 볼 수가 없다. 온갖 음식 천지다. 너도 나도 고깃집을 차리고, 정년과 명퇴, 또 새로운 인생 직업이 맛집이다. 그렇게 음식 장사가 만만한가. 남이 먹을 음식을 낸다는 것은 '모심'이다. 손님을 모시는 일이다. 만만하고 쉬울 리 없다. 늘 정성껏 사람의 몸을 이루는 음식에 대하여는 새로운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맛집마다 '비법' 천지다. 세상에 비법 없는 음식이 어디 있겠냐마는, 온갖 음식마다 비법이다. 비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람의 어느 감각에 기댄 것인가. 맛은 길들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극이어야 길들여진다. 담담하여 아무 맛도 없는 음식에 길들여지는 것은 단언하건대 매우 어렵다. 맹물도 서로 맛이 다르다. 맹물에도 길들여지는 게 맛이다. 하물며 차인에게 있어서 차를 음미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담담하여야 한다. 자극을 주는 차에 길들여지면 그 이상의 차맛을 음미할 수 없다. 때로는 찻잔을 헹구며 마시는 백차의 맛을 기억하기도 한다. 안정복(1712-1791)은 차로 입을 헹구는 수다설漱茶設에서 짙은 차를 입에 머금고 헹구는 방법을 말한다. 다만 품질이 낮은 차로는 며칠에 한 번씩 하는 것이 무방하다고 했다. 농비신감의 맛을 차로 헹군다. 일단 진한 차로 헹구는 것이다. 그런 다음 담담한 차를 내어 가라 앉힌다. 모든 것에 영원한 것이 없듯이, 맛이란 담백한 것이다. 그럴 때 차인의 자세나 행동거지가 제대로 이루어진다. 사람됨이 평범하여 떳떳해진다. 사실 아름다운 모든 것은 평범한 사실이나 소재 속에서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을 발굴해내는 따뜻한 시선에 있다. 그 따뜻한 시선 때문에 차인이 우려내는 차가 아름답다. 훌륭한 사람의 사귐은 물과 같다고, 군자 지교 담여수君子之交 淡如水라고 공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뒤얽히고 꼬일수록, 농비신감이 난무할수록, 온갖 비법이 판을 치는 생활에서도, 차인의 감각은 차의 담백한 정신에 마음을 기댄다. 이 것 저 것, 이 말 저 말, 이 사람 저 사람 고요히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다. 차인은 신기 탁이를 흐르는 물 쳐다보듯 한다. 


2011년 1월 23일.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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