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08, 바쁠 때 한가로운 취미를 지녀라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건만 그 기운과 기미는 잠시도 쉬지 않고

前集_008. 바쁠 때 한가로운 취미를 지녀라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건만

그 기운과 기미(활동, 작용)는 잠시도 쉬지 않고,

해와 달은 밤낮으로 분주하게 움직여도

그 올곧은 밝음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은 한가한 때일수록

다가올 일에 대처하는 긴장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바쁜 가운데에서도 한가로운 마음을 지녀야 한다. 


天地 寂然不動, 而氣機 無息少停.

천지 적연부동, 이기기 무식소정.

日月 晝夜奔馳, 而貞明 萬古不易.

일월 주야분치, 이정명 만고불이.

故 君子 閒時 要有喫緊的心事, 忙處 要有悠閒的趣味.

고 군자 한시 요유끽긴적심사, 망처 요유유한적취미. 

008.喫緊悠閒 

008.끽긴유한.


[차인 생각]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다. 내게 처신 방법을 알려 준 선배가 있다. 남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움직이고, 한 번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뭔지를 분명하게 알게 하라는 말이다. 어찌 보면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이치다. 고요함과 활발함의 배치다. 일부러 그렇게 설계해서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인위적이라는 것은 고도의 술수와 다름 아니다. 이게 몸에 배서 저절로 가능하여야 한다. 일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차를 우려내듯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조금 늦게 우리거나 너무 일찍 우려내도 안된다. 그 차의 종류와 성격에 맞추고, 물과 온도를 갸늠한다. 차 마시는 사람이 몇 명이며, 누가 변함없이 꾸준히 마시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차관에 물을 넣어야 하는 시차를 맞춘다. 늘 다음 일을 준비한다. 차관에 오랫동안 물을 담아 놓고 잊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너무 오래 준비만 하는 것은 고요함의 세계다. 이를 제때에 공급해야 활발함으로 운행된다. 정반합의 반복이다. 한시끽긴이고 망처 유한이다. 한가할 때 긴장한 마음, 바쁜 가운데 한가로운 마음을 지닌다. 다가올 일을 궁리할 줄 알아야 하고, 마칠 일의 행복과 평화로움을 예비한다. 차 생활 속에 이러한 원리가 그대로 내재한다. 일에 묻혀 사는 것도, 일을 떠나 신나게 놀 줄 아는 것도 모두 적절한 시간을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일도 다양하듯 노는 것도 다양하다. 일에도 고요한 일과 활발한 일이 있을 테고, 노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은 사전에 고요함 또는 활발함의 성격이 규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노는 것은 본인 스스로 선택한다. 그래서 놀 줄 아는 것도 지혜다.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고르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놀게끔 예정되어 있는 시간에 고요함과 활발함의 균형을 맞게 한다. 차인의 일상이 고요함에만 머물 수 없는 이치다. 동적이고 활발함이 건강하게 발현될 때 차인의 고요한 적연의 세계도 빛난다. 이러한 반복 없이 늘 고요에만 머물면 차생활이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다. 활발하고 동적인 요소 또한 차생활 속에 스며 있어야 한다. 


 2011년 1월 24일. 온형근

매거진의 이전글 채근담 차인007, 담담하고 평범하여 떳떳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