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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형근 Nov 21. 2017

채근담 차인009, 내 안의 헛됨과 참됨을 살펴라

밤 깊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마음을 살피면

前集_009. 내 안의 헛됨과 참됨을 살펴라


밤 깊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마음을 살피면,

비로소 헛된 마음 다 사라져

참된 마음 뚜렷이 나타남을 깨닫는다.

매번 이러한 가운데에서

자유자재한 마음의 움직임(대기취)을 체득한다.

참된 마음 나타났음에도

헛된 마음 사라지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면

또한 이 가운데서 크나큰 부끄러움을 체득한다.


夜深人靜, 獨坐觀心,

야심인정, 독좌관심,

始覺妄窮而眞獨露, 每於此中, 得大機趣.

시각망궁이진독로, 매어차중, 득대기취.

旣覺眞現而妄難逃, 又於此中, 得大慚忸.

기각진현이망난도, 우어차중, 득대참뉴.


009.妄窮眞現

009.망궁진현


[차인 생각] 

망궁과 진현을 살핀다. 헛된 마음이 궁극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마음 수련이 망궁이다. 참된 마음이 일어 이를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진현의 경지다. 망궁과 진현 모두 고요히 자신을 살피는 일상에서 비롯된다. 밤 깊어 고요할 때뿐 아니라, 매 순간마다의 고요 속에 자신을 두고 살핀다. 차 한 잔 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고 한다. 보통 차 한 잔 하면 커피 한 잔을 떠올린다. 그만큼 전통차를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두루 만날 수 있는 게 커피다. 차를 우려서 한 잔 대접하면 잘 마셨다고 인사하고는 자리를 일어난다. 아직 우려낼 차는 10번도 더 남았다. 함께 마시려 했건만 바쁘다고 잘 마셨다고 떠난다. 이게 차 한 잔의 의미다. 그러나 차인이라면 차 한 잔이 어느 정도 마시는 것인지, 수와 량과 시간 속에 있음을 안다. 그래서 그 차 한 잔의 시간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살핀다. 차 한 잔의 시간과 수량 속에서 무한대의 수량인 자신의 참된 마음을 끄집어낸다. 그러다 보면 헛되어 망령된 자기 내면의 먼지도 만난다. 무엇을 마시고 무엇을 쏟아낼지를 고요히 탐구한다. 나는 헛됨과 참됨을 모두 지니고 산다. 얼마만큼 헛됨을 바르게 앉아 바라보고 인정하고 버릴 수 있을까. 물론 참된 마음을 받아들여 그렇게 실천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참됨을 깨닫고도 헛되게 행동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부끄러움이다. 내 안의 참됨을 만나면 차맛이 더욱 온전하다. 이를 칭찬하는 습관을 지닌다. 헛되어 망령된 마음을 부끄러워하고, 참되어 기특한 마음에 칭찬한다면 차 한 잔의 시간과 공간은 그윽해진다.

 

 2011년 2월 02일.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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